그릇된 역사 인식 보이는 김진태
언론, 망언 그대로 보도하면 안돼

얼마 전, 우연히 그를 만났다. 아니, 그를 보았다. 집 근처 낙지볶음 집에서다. 세월이 흐른 탓일까, 조금 작아진 몸집과 볼살이 약간 빠진 것 외에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여전히 희멀건 피부와 그 피부에 잘 어울리는 까만 눈이 돋보였다.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놓고 눈빛을 보냈지만, 그는 나에게 1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역시, 나를 기억하지 못했다.

김진태, 그는 나를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를 안다. 22년 전, 그는 나의 담당검사였다. 나를 구속시킨 장본인이다.

출소 이후, 한동안 잊고 있던 그가 다시 생각난 건 2013년 무렵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프랑스 순방을 갔을 당시, 항의하는 시위대를 향해 "대가를 톡톡히 치르도록 하겠다!"는 으름장을 듣고 나서부터다.

'설마, 저 김진태가 나의 김진태일까?' 인터넷으로 정보 검색을 한 후에야 맙소사, 나의 김진태가 새누리당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김진태, 그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일관되게 시대착오적이다. 22년 전, 서울지검에서 만났을 때도 그는 종북 빨갱이가 있다고 믿고 있었다. 이 땅의 민주화 운동은 북한의 사주를 받은 종북 세력들의 준동이고, 나 같은 피라미들은 그들에게 이용당하는 멍청한 대학생들이라고 여겼다. 평생을 한결같이 레드콤플렉스를 신념화한 정치인, 그가 바로 김진태다.

누군가는 그의 종북, 역사 왜곡 발언을 두고 보수결집을 위한 고도의 정치 기술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아니라고 본다. 확고한 신념에서 나오는 과감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광주민주항쟁 당시 북한군이 투입되었다고 믿는 것이다. 촛불혁명의 배후에 종북 빨갱이들이 있다고 확신하는 것이다. 태극기 부대를 향한 애정공세가 아니라 그 나름의 확고한 신념을 갖고 조국과 민족을 위한 길에 외로운 투쟁을 벌이는 것이다.

자기 신념이 확고한 자는 늘 당당하다. 그 어느 순간에도 소신을 굽히지 않는다. 그래서 김진태는 박근혜 탄핵 촛불을 두고 바람이 불면 결국 다 꺼진다는 말을 거침없이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돈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세월호 선체를 인양하지 말자는 말 또한 했던 것이다. 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두고 사람이 물대포를 맞고 뼈가 부러지기는 어렵다는 궤변을 늘어놓을 수 있었던 것이다.

촛불을 든 중학생마저 종북으로 취급하는 그의 미친 상상력은 이제, 5·18 광주민주항쟁의 정신까지 훼손하는 중이다.

김진태, 그의 잘못된 역사관으로 점철된 신념을 탓할 가치를 느껴본 적은 없다. 그러나 그의 그릇된 역사 인식을 정상적인 주장인 양 거르지 않고 보도하는 언론은 문제가 있다. 범죄자의 범죄행각을 정상적인 행동 양식인 양 보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역사를 왜곡하는 정치인의 발언은 국민의 알권리가 아니라 국민과 차단해야 할 범죄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새싹들에게 음주와 흡연보다 더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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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 소나 말하는 대로, 원하는 대로 보도하는 언론이 있는 한, 정치인의 무책임한 망언은 계속 될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한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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