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도 감싸준 기획사·방송사 무책임해
유착 의혹 반복되는 수사기관 쇄신해야

아이돌 스타 정준영 씨의 구속은 광팬들에게는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었다. 정 씨는 빅뱅 멤버 승리(이승현·29) 등과 함께 있는 카카오톡 대화방 등에서 불법으로 촬영한 것으로 의심되는 성관계 동영상을 공유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는 알려진 것만 10명으로 보도됐다. '버닝썬' 논란의 장본인, 승리는 해외 원정 성매매 알선 의혹과 라스베이거스 도박 의혹 등 죄질이 무거워 그의 구속도 예상된다. 경찰 유착 의혹이 불거진 FT아일랜드 전 멤버 최종훈(29) 역시 정준영과 단체대화방에서 성관계 불법촬영 영상을 돌려보는 등 부적절한 대화를 나눴다고 시인했다. 아직 범죄 혐의가 수사 중인 상태고 정확한 내용을 모르지만, 언론 보도와 이들의 범죄시인 내용을 종합하면 충격적이다. 여성을 성상품화하는 것도 모자라 '물뽕'이라는 해괴한 약품을 사용하여 사실상 강간, 촬영, 유포 등으로 불법, 탈법을 가리지 않았다. 난잡하고 무책임한 행동으로 망가지고 타락하게 된 아이돌 스타 그들의 책임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이들에게만 돌을 던지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하는 것이고 미래의 유사상황도 예방하지 못한다.

이들의 집단괴물화를 부추기고 심지어 도와준 세력은 적어도 세 군데로 추정된다. 가장 먼저 기획사의 책임이다. YG엔터테인먼트 등 관련 기획사들은 이들을 상품화, 돈벌이에 앞장섰다. 최소한 스타의 사회적 책무 등 윤리적 기초교육조차 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들의 거짓말, 변명을 앞장서서 확대했다. 친분 있는 미디어를 통해 거짓 해명을 늘어놓았다. '조작된 메시지다' '사실이 아니다' 등 이들이 초창기 대응한 변명방식은 과거와 달라진 것이 없다. 과거 영세 기획사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이들의 몸집은 커졌고 수천억대의 자산을 보유한 기업이 됐다. '힘있는 변호사'를 고용하여 이들을 통해 기획사는 아이돌 스타의 불법, 탈법을 무마하며 이들의 간덩이를 키웠다. 이뿐만 아니다. 기획사의 힘이 커지고 아이돌 스타 보유 인원이 늘어나니 방송사와 캐스팅 협상에서도 우위를 점하며 물의를 빚은 연예인들도 '끼워넣기식'으로 바로 방송에 출연시키는 힘을 발휘했다. 캐스팅 적격 여부를 판단해야 할 방송사 PD 등 간부진의 무력함은 이들이 어떤 경로로 캐스팅됐는지 따져보면 간단히 나온다. 방송사들이 이제야 앞다퉈 관련 프로그램 제작을 중단하거나 사과하는 등 변모하는 모습을 보인다. 따지고 보면, 방송사들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불법 등 사회적 물의를 빚은 스타 연예인들에 대한 캐스팅 기준이 없다. 기획사의 로비에 놀아났든 시청률을 의식했든 캐스팅권을 쥔 방송사의 무책임함도 이들의 간덩이를 키웠다. 몸값을 터무니없이 올려놓았고 웬만한 불법행위는 눈감아주는 식으로 사태를 악화시키는 데는 방송사 제작진의 책임도 따져봐야 한다.

무엇보다 법치사회에서 준법의식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는 경찰, 검찰 등 수사기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버닝썬 사건으로 처벌 대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유착 관계의 경찰들이 줄줄이 드러나고 있다. 아직은 경찰 단계지만 검찰 내부에서도 비호 세력이 거론되고 있다. 경찰수사 결과 기소의견으로 올려도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해주는 식으로 곳곳에서 이들을 봐주는 '검은 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6년에도 정준영 씨는 비슷한 문제로 수사까지 받았으나 최종 무혐의 처리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수사기관을 수사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은 국민의 절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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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사, 방송사, 수사기관의 삼각편대가 아이돌 스타를 괴물로 키웠고 이들을 망쳐놓는 데 기여한 결과가 됐다. 세상에 돈이 모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이돌 스타들이 먼저 자각해야 한다. 기획사의 무모한 시도와 홍보에 방송사는 책임의식을 가지고 내부 캐스팅 가이드라인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사건마다 터져 나오는 검경 수사기관의 유착 의혹은 더는 묵과하기 힘든 지경에 왔다. 이번만큼은 수사기관이 쇄신, 진실과 정의를 회복할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이 나서기 전에 해당 장관들이 법정의 실현 의지를 법과 제도보완으로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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