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무이' 통영 세자트라숲에서 지구촌 공존 배워요
통영, 국내 첫 UN교육센터 지정
생태공원서 '함께하는 삶' 체험
환경·경제·사회문화 조화 고민

통영시 용남면 선촌마을. 이곳에서 남쪽 바닷가로 이어지는 작은 길을 따라가면 야트막한 산자락과 조화를 이루고 자리 잡은 패시브건물이 보인다. (재)통영시지속가능발전교육재단 세자트라센터로, 통영의 다도해와 거북선 등을 모티브로 설계됐다.

24만 7201㎡(7만 5000여 평) 터에 연면적 4492㎡, 최고 높이 13.5m의 3층 건물로 교육·전시·공연·사무공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재단은 통영RCE와 통영RCE 세자트라숲으로 구성돼 있다.

RCE(Regional Centre of Expertise on 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는 유엔대학에서 지정하는 지속가능발전교육 전문가 센터를 말한다. 세자트라(Sejahtera)는 공존·균형이란 뜻의 산스크리트어로 아시아·태평양RCE 공동 프로젝트 이름이다.

지난 2005년 국내에서는 첫 번째, 세계에서 여덟 번째 RCE 도시로 지정된 통영시는 지속가능발전교육사업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집중적으로 운영하고자 민관이 머리를 맞댔다.

2010년 12월 발기인총회를 열어 통영RCE와 평생학습도시, 통영시인재육성장학금, 통영RCE 자연생태공원(현 통영RCE 세자트라숲) 운영 등을 목적으로 하는 통영시지속가능발전교육재단(이사장 박은경)을 설립했다.

이어 2015년 5월엔 한국에서 유일한 통영RCE 세자트라숲을 개장했다. 다른 지역 자연생태공원이 자연환경 보전과 생태환경 교육만을 전담하는 것과 달리 통영RCE 세자트라숲은 지속가능발전 세 가지 요소인 환경, 사회, 경제적인 측면을 고루 배울 수 있는 장이라는 점에서 특수성을 가진다.

현재 이곳에는 14명의 직원이 있다. 통영시 행정복지국장이 당연직으로 상임이사를 맡고, 성병원 사무국장을 중심으로 교육사업팀 4명, 생태시설팀 5명, 행정팀 4명(무기계약직 1명 포함)이 근무한다. 정원 외 청년 일자리사업 참여자 4명도 함께하고 있다.

▲ (재)통영시지속가능발전교육재단 직원들./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올해 총사업비가 16억 2000여만 원에 달할 만큼 예산도 만만찮다. 성병원 사무국장은 "예산은 통영시 출연금과 세자트라숲 수탁사업비, 협약체결에 의한 단위 프로그램 운영비, 인재육성장학기금 이자분 중 일부 등을 통영시로부터 지원받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설명한다.

재단이 하는 사업은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렵다. 우선 유아부터 성인까지 개개인의 성장과 발전을 돕는 교육프로그램으로 학교나 기관의 신청을 받아 상설로 운영하는 체험프로그램과 통영RCE가 기획해 운영하는 지속가능발전교육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이 중 상설프로그램은 유아부터 성인까지 체험할 수 있으며 세자트라숲의 친환경 에너지설비를 통한 대안 에너지교육, 기후변화 교육, 생태환경체험교육, 빈곤문제를 체험해볼 수 있는 사회문제이해 교육 등이 있다.

지속가능발전교육의 대표 사례로 봄·여름·가을 학기로 운영하는 '가르치지 않는 학교'가 있다. 스마트폰과 게임 등에 빠진 아이들이 함께 놀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어른들이 정해놓은 교과과정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 아닌, 매번 자신들이 함께하고 싶은 놀이를 정한다. 함께 정한 규칙을 지키고, 각자가 원하는 것을 설득하고 설득당하는 경험으로 함께하는 가치를 배워가는 프로그램이다.

청소년을 위한 대표 프로그램은 브리지 투 더 월드(Bridge To the World)다. 사업은 2008년 통영 청소년들이 직접 청소년이 살기 좋은 도시 통영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 기반 학습을 하도록 기획해 올해로 12년차가 됐다. 2008년부터 11년간 통영 청소년 761명이 참가했고, 257명이 47개 RCE도시·통영시 자매도시와 교류했다.

선발된 청소년들이 팀을 이뤄 팀별로 해결하고 싶은 주제를 정해 문제와 해결방안을 찾아 직접 실행까지 한다. 여름방학을 이용한 국내탐방을 통해 주제와 관련된 선진지를 선정하고, 직접 관련자를 섭외해 만나보고 통영에서 적용할 해결방안을 찾는다.

이 결과를 통영의 시민들과 청소년들을 초청해 부스 운영을 통한 축제 형태로 공유하고, 그중 2~3팀을 선발해 해외 RCE 도시로 탐방을 보낸다.

RCE 사업 중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교육기관의 성장과 발전을 돕는 네트워크 사업을 들 수 있다. 통영RCE는 시민교육위원회와 학교교육위원회를 운영하는데 시민교육위원회는 시민교육을 담당하는 통영의 크고 작은 기관단체들 모임이다. 매월 월례회의를 통해 서로 사업을 공유하고, 지역 이슈를 함께 고민한다. 올해는 청정 바다의 땅 통영을 위해 섬 쓰레기를 주제로 활동에 들어갔다. 현재 통영지역 24개 기관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 세자트라숲 모내기 체험 행사./통영시지속가능발전교육재단

학교교육위원회는 통영교육지원청과 협력해 각 학교에 ESD 담당교사를 지정하고 교사연수 등을 운영한다. 위원회를 통해 학교교육과정에 지속가능발전교육을 녹여낼 수 있도록 정기 세미나와 워크숍 등을 운영한다. 현재 통영 공립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및 특수학교 58개교에 ESD 담당교사가 지정돼 있다.

통영RCE 세자트라숲에서는 인근 해변 해양생물 체험교육장으로 운영하는 수서체험동을 비롯해 세자트라숲에서 거주하면서 지속가능한 생활양식을 체험할 수 있는 녹색체험활동, 텃밭체험, 습지체험을 할 수 있다. 이 결과 지난 1년 동안 학교 현장학습 및 수련활동에 경남지역 68개교에서 4374명이 참가하고, 시민평생학습, 전문가 연수, 국제교류사업 등에 교육생이 1만 1975명, 세자트라숲 방문객이 7만 4516명으로 집계되는 등 명실상부한 평생교육기관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 엄청난 일을 14명의 직원들이 이끌고 있다.

▲ 세자트라숲 숲길 산책 프로그램./통영시지속가능발전교육재단

성 사무국장은 "인구 14만 명의 작은 도시 통영에서 전 지구적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세계시민교육에 동참해 실천하는 시민이 하나둘 늘어나는 것은 선택받은 행운"이라며 "통영RCE와 세자트라숲은 시민들에게 새로운 교육기회 제공은 물론 삶의 활력소가 되는 사업을 진행함으로써 시민의 행복한 삶에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