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문제 진단 토론회 열려
송덕용 회계사 단서조항 지적
"본계약 하나마나한 이야기"
산업 독과점·재벌특혜 우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합병하는 본계약에서 제시한 고용안정과 협력업체 유지는 단서 조항 때문에 '하나마나한 것'이라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송덕용 회계사는 '대우조선 매각반대 지역경제살리기 경남대책위원회'가 지난 22일 경남도의회에서 개최한 대우조선해양 매각문제 진단 토론회에서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며, 헐값 매각과 조선산업 독과점·재벌특혜 등을 우려했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지난 8일 현대중공업그룹과 본계약을 체결하면서 △대우조선해양의 현 자율경영체제 유지 △대우조선해양 노동자 고용 안정 약속 △협력·부품업체의 기존 거래선 유지 보장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반영할 공동협의체 구성 △학계·산업계·정부 참여하는 한국조선산업발전협의체 구성을 제시했다.

▲ 대우조선해양 노동자와 거제지역 주민들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서 매각 반대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본계약 주요 내용을 뒤집을 수 있는 단서 조항이다. 송 회계사는 "생산성이 유지된다면 고용 안정을 유지한다는 단서 조항은 현대중공업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진단을 내리면 고용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또 대외경쟁력이 있는 협력업체만 살리면서 지역 경제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제시안은 실효성 없는 하나마나한 이야기만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매각 가격과 관련해 송 회계사는 "대우조선 주식 매각가격을 약 2조 1000억 원으로 추정하는데 영업이익이나 경영 프리미엄 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또 한국조선해양주식회사 주식으로 받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 현금으로 전환 가능한 가격은 아니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함에 있어 실질적인 손실은 전혀 없는 인수합병"이라고 했다.

이어 독점력 강화와 수익의 독점도 지적했다. 송 회계사는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을 인수하면, 지난해 말 기준 세계 수주잔량 1위는 현대중공업그룹, 2위는 대우조선해양으로 두 회사의 수주잔량을 합치면, 3위 이마바리에 견줘 3배 수준이 될 정도"라며 "이에 따라 발주사나 부품하청업체 등에 강한 교섭력을 보유한다. 독점력에 따라 현대중공업지주 독점적 수익 확대 여지가 많다"라고 봤다.

또 현재 우리나라 경제 구조는 재벌과 다른 경제 주체들 사이의 균형을 맞춰야 하는 상황인데, 대우조선을 현대중공업에 매각해 재벌에 더 큰 혜택을 줘 경제 구조를 더 왜곡하는 문제점도 도마에 올랐다.

▲ 송덕용 회계사 /오마이뉴스

송 회계사는 "최근 3년 동안 수주량 혹은 수주잔량 기준 국내업체 수주 기준 시장 점유율을 보면, 3년 평균 현대중공업그룹 약 57%, 대우조선 약 23%로 합계 80%이고, 세계 시장 점유율 역시 21%에 달한다"라며 "이것은 과거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함에 따른 합계 점유율 75%보다 더 높은 것"이라며 '독과점을 부추기는 재벌 특혜'라고 했다. 이어 독점 심화 해소, 하청업체와 고용문제 등에 따른 사회적 갈등 비용 최소화를 위해 대우조선을 동종업체가 아닌 곳에 매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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