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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여행] (22) 사천 초양도·늑도

대교로 연결된 두 섬, 봄철 유채꽃 명소 인기
이쪽은 아기자기 정겹고 저쪽은 유적 많은 큰 마을

이서후 기자 who@idomin.com 2019년 03월 22일 금요일

드디어 여길 가봤습니다. 사천과 남해를 잇는 창선·삼천포대교. 그 아래 있는 섬들 말입니다.

그동안 창선·삼천포대교를 아마 수십 번은 건넜을 겁니다. 처음에는 다리만 보였지요. 선명한 주황색 다리 구조물 그 너머 잔잔하게 반짝이는 그 푸른 바다의 대비에 눈에 즐거웠습니다.

이런 풍경이 익숙해질 즈음 창선·삼천포대교가 여러 개의 다리로 이뤄졌다는 걸 의식하게 됐습니다. 육지에서 섬으로, 섬에서 다시 섬으로, 그 섬에서 다시 큰 섬 남해로 이어진 것이죠. 구체적으로 다리가 모두 5개입니다. 삼천포 쪽에서부터 삼천포대교, 초양대교, 늑도대교, 창선대교, 단항교 순입니다. 그 전체를 통틀어 창선·삼천포대교라고 하는 거죠. 놀라운 건 5개 다리를 만든 공법이 다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 주황색 지붕이 인상적인 초양마을. 초양도에서 연결된 늑도대교와 늑도가 보인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 다리와 다리를 이어주는 섬들에 눈길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삼천포대교와 초양대교를 잇는 모개도, 초양대교와 늑도대교를 잇는 초양도, 늑도대교와 창선대교를 잇는 늑도. 이들이야말로 창선·삼천포대교의 가장 든든한 교량입니다. 이외도 주변으로도 학섬, 신도, 마도, 저도, 박섬, 두응도 같은 섬이 있습니다. 생각해보니 바로 이 섬들이 사천의 그 유명한 실안 노을, 그 황금빛 하늘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검은 그림자들이었던 거죠.

모개도, 초양도, 늑도 중에 모개도는 무인도인데다가 섬이 작아 배가 아니면 갈 방법이 없고요. 초양도와 늑도는 창선·삼천포대교를 통해 갈 수 있습니다. 사천 방향이든, 남해방향이든 가다 보면 중간에 빠져나가는 길이 보일 거에요.

▲ 초양도에 있는 공동우물. 철모 바가지가 있다.
◇부자들이 살던 섬 초양도

초양도는 유채꽃 사진 명소로 알려졌죠. 인터넷으로 삼천포대교와 유채꽃으로 검색하면 제일 많이 나오는 사진이 바로 만발한 유채꽃 너머로 보이는 초양대교와 삼천포대교 사진입니다. 이 사진을 찍은 장소가 초양도고요. 사진 속 대교 아래 보이는 조그만 섬이 모개도입니다. 지금은 유채꽃밭 뒤로 사천바다케이블카 초양정류장이 생겼습니다. 아마도 유채꽃이 필 즈음이면 많은 이들이 여길 다녀갈 듯하네요. 초양도에는 휴게소도 하나 있습니다. 남해에서 사천방향으로 갈 때만 갈 수 있는데요. 휴게소에 한려해상국립공원 초양도 탐방지원센터가 있습니다. 이 주변 섬들이 모두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하거든요.

하지만, 초양도에서 제가 반한 곳은 따로 있습니다. 다리 아래로 옹기종기 모여 있는 주황색 지붕의 집들입니다. 햇살이 비치는 각도가 좋을 때 보면 기분이 우와, 하고 탄성을 지를 정도로 밝고 예쁜 풍경입니다. 여기가 초양마을인데요. 매번 좋다 좋다, 하면서도 한 번도 직접 가볼 생각은 한 해 봤는데 이번에 내려가 봤습니다.

다리 위에서 보던 낭만적인 느낌하고는 좀 차이가 있었습니다. 안 좋다는 게 아니라 직접 마을로 들어와 보니 다른 느낌이라는 겁니다. 세상에 이렇게 아기자기하고 정겨운 동네가 있을까요. 겨우 20가구가 산다는 작은 동네. 몇몇 새로 고친 집들이 보이지만, 마을은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채 낡아 있습니다. 동네 할머니가 느릿느릿 걸어가는 동네 중턱의 좁고 고샅도 좋고요. 다리 아래로 흐르는 세찬 바닷물 소리가 들리는 조그만 해변도 좋습니다. 공동 우물가에는 아직도 이전에 쓰던 철모 바가지가 그대로 놓여 있습니다.

"여름에 시원하지 겨울에 따시지, 옛날부터 여기가 살기 좋기로 소문이 났었지. 이 동네는 태풍이 와도 바람을 많이 안 타."

어망을 손질하던 동네 어르신의 말씀처럼 섬 남쪽 자락 아래 편안하고 안락하게 들어앉은 마을입니다. 초양도가 옛날에는 부자 동네였다네요. 주변 유인도 중에서 잘사는 사람이 제일 많았다고 합니다. 삼치, 조기를 투망으로 잡아 올리던 어업으로 돈을 많이 벌었다네요. 돈은 번 사람들은 대부분 삼천포 시내로 이사를 나갔고요.

대교가 놓이고서 교통은 편리해졌지만, 나름 불편한 부분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으니 좀 번잡해졌고요. 밤에도 대교 위로 차가 달리면서 내는 덜커덩 소리로 잠을 설치곤 한답니다. 그래도 나름 운치가 있는 섬이라 지금도 타지에서 땅이나 집을 알아보러 들르는 사람이 계속 있다네요.

▲ 늑도 선사시대 유적 발굴지.
◇섬 전체가 문화재인 늑도

초양마을에 비해 늑도에 있는 늑도마을은 한 눈에 봐도 제법 큰 동네입니다. 한 100가구 정도가 산답니다. 와, 모텔도 두 곳이나 있네요. 주민들 말로는 주로 낚시하는 분들이 이용한다는군요. 평소에는 이렇게 낚시하는 이들이 많고요. 여기도 유채꽃밭이 넓어서 봄철이면 구경하러 많이들 온다네요. 마을 어항 조그만 방파제 끝에 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가 나름 앙증맞습니다. 그 바닷가에 선 버스정류장 표지판은 이곳에도 엄연히 일상생활이 이뤄지는 곳이라는 걸 증명하는 것 같습니다.

'도대체 어디가 유적이라는 거야?'

마을 입구에 있는 사천늑도유적(사적 450호) 표지판만 보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는데 유적 같은 건 보이지 않습니다. 표지판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니 오호, 민가를 뺀 섬 전체가 조개더미(패총)로 덮인 유적이라는 군요.

알고 보니 이 늑도란 섬이 고대에는 대단한 곳이었던 듯합니다. 신석기, 청동기는 물론 초기 철기시대 유적이 다 발견됐고요. 특히 여기서 일본 야요이시대 토기가 나온 것은 큰 의미가 있는데요. 야요이시대가 일본문화의 원형을 확립한 때인데요. 그 당시 늑도가 한반도와 일본을 연결하는 국제교류 중심지로서 중요한 노릇을 했다는 걸 증명하는 거거든요.

하지만, 당장 늑도에 간다 해도 이런 유물을 볼 수는 없고요. 다만, 잔디밭으로 덮인 유물 발굴 흔적 정도는 볼 수 있습니다. 근처가 모두 유채꽃밭이니 봄나들이를 겸해서 한 바퀴 둘러보면 어떨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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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후 기자

    • 이서후 기자
  • 문화체육부에서 문학/영화/연극/출판 등을 맡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