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시가 추진하고 있는 가요박물관이 다시 논란이다. 박물관은 역사를 담아 놓은 건물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지어지는 박물관이라면 국민이 정확한 기억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밀양시가 심사숙고해서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할 것이다.

올해는 일제에 저항해 온 국민이 떨쳐 일어났던 3·1운동 100주년 되는 해다. 그런데 밀양시는 하필 이때에 친일행적이 뚜렷한 인사의 기록을 포함한 가요박물관을 짓겠다고 한다. 시기도 적절해 보이지 않을뿐더러 자칫 시설이 친일 인사의 과는 묻히고 공만 드러나는 결과로 흐르지 않을까 우려된다. 밀양시의회에서 거론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고 조용히 이 문제가 넘어갔다면 밀양시민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겼을 것이다.

밀양시가 추진하고 있는 가요박물관은 출발이 박시춘기념박물관이었다. 박시춘은 가요계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로 밀양시의 자랑이 될 만한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그가 일본 군가를 작곡하는 등 친일행적을 보였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친일 행각을 빛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밀양시도 이 부분은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래서 이름을 바꾸어 가요박물관으로 한 모양인데 그 내용이 주위에서 우려하는 대로 박시춘에 대한 것들로 채워진다면 이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꼴에 불과하다. 가요박물관을 짓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내용을 어떻게 채울 것인지 진솔하게 시민들에게 밝히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슷한 경우인 마산음악관은 김동진의 친일 행각을 밝혀 객관적인 역사를 담아내었다.

일제강점은 우리나라 역사에 엄청난 상처를 남겼다. 그 시공간에 살았던 사람들 또한 엄청난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100주년을 기념하여 친일청산을 완벽하게 해야 하는 것도 치유의 일환이다. 도려내었어야 할 환부를 제대로 도려내지 못하여 그 썩는 냄새가 너무 오랫동안 남아 있었다. 동시대를 풍미했던 반야월과 달리 박시춘은 참회 없이 역사 속으로 들어갔다. 안타까운 부분이다. 공이 크다고 해서 과가 희석되어선 안 된다. 박물관 관람객이 역사를 제대로 인식하게끔 하는 것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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