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기름 추출 목적 제작
시, 학술조사·자료화 나서

일제강점기 수탈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송유가마'가 양산에서 발견돼 시가 학술조사에 나선다.

이번에 발견한 송유가마는 원동면 영포리 산246번지에 있으며, 원통형 철제솥과 석축으로 만든 아궁이 형태를 보이고 있다. 규모는 너비 1.2m, 깊이 2m다. 솥뚜껑과 솥을 감싼 석축 일부가 사라졌지만 보존 상태는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송유(松油)가마'는 송진이 많이 엉긴 소나무 가지와 옹이·뿌리 등에 열을 가해 송유를 얻는 가마다. 이처럼 소나무에서 직접 송유를 채취하게 된 것은 일제강점기 말인 1941년 8월 미국이 자국에서 수출한 석유가 일본 군수물자로 사용되는 것을 막고자 수출을 금지하면서부터다.

예로부터 송진은 약재로 사용해왔지만 일제는 필요한 송유를 확보하려고 식민지였던 우리나라에서 조직적으로 송진을 강제채취했다. 강제채취한 송진은 테레빈유와 로진으로 정제해 테레빈유는 휘발유 대신 항공기 연료 등으로 썼고, 로진은 방수포, 인쇄잉크 등을 만드는 데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산림 훼손은 물론 강제인력 동원이 이뤄져 일제강점기 수탈 실상을 드러내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 양산시 원동면 영포리 송유가마 터. /양산시

영남지역에서는 함양군 신안리 등 5곳에서 송유가마가 발견된 바 있다. 시는 영포리 송유가마가 지금까지 발견한 가마와 형태가 달라 더욱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에 따라 시는 일제강점기 농촌 수탈 현장을 보여주는 송유가마가 역사적 자료로 활용가치가 있다고 보고 용역비 1900만 원을 들여 제작시기와 문화재적 가치 등에 대해 학술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일제 수탈 실상을 보여주는 가마 흔적을 학술적으로 고증해 역사자료로 남길 계획"이라며 "전국적으로 송유가마를 문화재로 지정한 사례는 없지만 과거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차원에서 활용·보존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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