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법 시절 '뇌물·횡령죄 엄벌 기준' 만들어
공무원·전문직 부패사건 칼날
약자에게 인간적 강자엔 엄정

헌법재판관으로 지명받은 문형배 판사는 어떤 사람일까. 그는 재판에서 자기감정이나 생각을 숨기지 않는 판사였다.

문형배(54·사법연수원 18기) 부산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는 하동 출신으로, 경남·부산지역에서만 판사 생활을 한 '향판'이다. 그의 재판을 보면 객관적 사실관계 판단을 넘어 생각, 역사의식 등을 드러낸 사례가 많다. 문 판사는 사회적 약자에게 인간적으로, 강자에게는 엄정한 잣대를 들었다.

2005년 무면허 운전으로 1심에서 징역 4월형을 받은 20대에게 벌금형으로 감형하면서 "갈치가 긴 것 같지만 머리 떼고 꼬리 잘라내면 가운데 토막은 아주 짧다. 인생에서 가운데 토막은 18~36세다. 24살인 피고인도 살아보면 아주 짧고 나중에 뭔가 고쳐 살아보려 해도 그렇게 하기가 참 어렵다"며 타일렀다.

법적 책임을 묻기보다 참된 반성을 이끌어 내려한 적도 있었다. 문 판사는 2006년 음주운전을 해 사람을 다치게한 30대에게 원심(징역 6월)을 깨고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면서 사회봉사 160시간을 명령했는데 "봉사 대상은 먼저 교통사고로 다친 장애인으로 하라"고 했다.

문 판사가 한 피고인에게 '자살'을 10번 외치게 한 후 '살자'로 들린다며 <살아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 책을 선물한 일화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 문형배 판사가 지난 7일 진주문고에서 강연을 하는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2005년 문 판사는 창원시의회 의장단 돈선거를 하다 기소된 배영우 의장이 자신에 대한 지지를 부탁하며 아내가 동료 의원에게 돈을 건네기는 했으나 자신의 의사와 관련이 없다며 끝까지 무죄를 주장하자 "공직 부패 사건은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곧장 구속했다.

문 판사는 2005년 당시 한나라당 김정부 국회의원 아내의 유권자 매수 재판에서는 "민주 성지의 전통을 이어가는 마산에서 터진 이번 사건은 참으로 유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문 판사는 2006년에 창원지법 형사실무개선팀장을 맡아 공무원·사업주·전문 경영인·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의 뇌물·횡령·배임 등에 대한 '화이트칼라 범죄 엄정 양형 기준'을 만들기도 했다.

<경남도민일보>는 문 판사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그는 사양했다. 문 판사는 "고맙습니다만 청문회 전에 인터뷰는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전부 거절하고 있다. 양해를 바란다"고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보고서가 채택되면 대통령은 문 판사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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