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내달 조례 개정안 심의
반납자엔 교통비 지급 등 지원
부산·서울서 제도 성공적 안착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가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경남도가 '고령자 면허 자진 반납'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지난해 11월 3일 오전 운전자 ㄱ(72) 씨가 진주시 칠암동 한 병원으로 돌진했다. 이 사고로 출입문·안내데스크가 부서졌고, ㄱ 씨와 병원 안내원 2명이 다쳤다. 전날에도 창원시 진해구에서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 ㄴ(79) 씨가 운전을 하다 한 병원 주차장에서 유리벽을 뚫고 들어갔다. 이 사고로 병원 현관문·엘리베이터가 파손됐으며, 로비에 서 있던 환자 1명이 유리 파편에 다쳤다.

65세 이상 운전자 교통사고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에 따른 사망자는 843명이었다. 2014년 763명, 2015년 815명, 2016년 759명, 2017년 848명이었다. 경남에서도 2014년 70명, 2015년 84명, 2016년 60명, 2017년 78명, 2018년 75명 등 사망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65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고령 운전면허 소지자는 300만 8920명으로 전체(3205만 1121명) 9.4%를 차지했다. 2016년 8.0%(249만 2776명), 2017년 8.8%(279만 7409명) 등 증가세다.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부산·서울 등 지방자치단체는 운전면허 자진 반납을 유도하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해부터 전국 최초로 '고령자 운전면허증 자진 반납자 교통비 지원사업'을 펼쳐 만 65세 이상 운전자가 경찰서·운전면허시험장에 면허증을 자진 반납하면 10만 원 충전된 교통카드를 1회 지급한다.

효과는 좋았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했는데 6개월간 5280명이 면허증을 반납했다. 이는 2017년 466명보다 11배나 증가한 것이다. 부산지역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에 따른 사망자 수도 2017년 35명에서 지난해 18명으로 48.6%나 감소했다.

올해 제도를 시작한 서울시에서도 호응을 얻고 있다. 운전면허 반납 신청을 받은 첫날인 지난 15일 613명이 면허증을 반납했다. 시가 10만 원 충전된 교통카드를 지급기로 한 정원 1000명의 61%에 달했다. 이날 하루 반납한 운전자는 지난해 한 해 반납자 1387명의 절반 가까이 이른다.

도내선 합천군이 가장 먼저 운전면허 반납 제도를 만들었다. 합천군의회는 지난 18일 '합천군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예방 조례'를 제정했다. 진주시도 20일 시작한 시의회 임시회에 조례안을 제출했다. 65세 이상 운전면허증 소지자 중 운전하지 않는 시민이 면허증을 반납하면 10만 원이 충전된 교통카드를 지급하고, 현재 운전을 하는 시민이 자가운전 확인증명서(보험가입 등)를 첨부해 면허증을 반납하면 10만 원이 든 교통카드와 함께 5년간 시내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내용이다.

도의회에서도 관련 조례가 내달 심의를 앞두고 있다. 박문철 도의원 등 22명은 12일 '경남도 교통안전 증진을 위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발의했다. 개정안 핵심 내용은 '운전면허 자진반납자 교통비 등 지원' 조항 신설이다. 교통비는 부산·서울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연후 한국교통안전공단 경남본부 교수는 "65세 이상이 되면 판단능력, 조작능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위험 상황이 발생했을 때 판단하고 결정하는 데 오류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며 "중요한 시점에서 결정해야 할 때 잘못된 실수로 대형 사고를 유발할 개연성이 커져 위험하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교통비를 지급하는 등 유인책을 제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100원 택시·브라보 택시 등 대중교통을 대체할 수 있는 교통수단을 활성화하는 것이 고령 운전자가 면허를 반납하는 기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65세 이상 운전자에게 일괄적으로 교통비를 지급하기보다는 연령별 단계적으로 적용해 나이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 많이 지원받을 수 있도록 차등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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