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건 중 3건만 주의 조치 그쳐
반대주민 "기각 건도 재감사를"
감사원 "요청하면 심의할 것"

밀양 송전탑 사태에 대한 감사원 감사결과를 두고 '엉터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밀양 초고압 송전탑 반대운동을 해온 주민들은 이번 감사와 더불어 기각한 청구 건까지 재감사를 해야한다고 요구했다.

감사원은 밀양 주민들이 청구한 '밀양 송전탑 건설에 따른 주민지원 관련 공익감사'를 하면서 △한국전력공사가 적극 협조한 주민들 필리핀 관광 지원 △공사인력 수송 버스임대 수의계약체결 특혜 △농산물 공동판매시설 신축지원금 위법·부당 사용 등 3건에 대해서만 한전에 '주의' 조치했다.

감사 결과를 들여다보면 지난해 3월 밀양765㎸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 등 1576명이 청구한 취지와 달랐다. 대책위는 송전탑 건설과정에서 정부 산하 공기업인 한전이 특정 주민 등에게 특혜를 주면서 마을공동체를 무너뜨린 것을 밝혀달라는 취지로 감사를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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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한전의 송전탑 찬성 주민 19명에 대한 필리핀 관광 지원을 "선심성"이라면서도 "사업관리비를 부적정하게 집행했다"고만 지적했다.

또 대책위는 한전이 송전탑 경과지 5개 면에 지원한 농산물 공동판매시설 신축과 관련해 횡령 의혹을 밝혀달라고 했다. 이는 주민들이 송전탑 건설 찬성과 반대로 갈려 갈등 중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러나 감사원은 1개 마을에 대해서만 "한전이 토지매매계약서 등 증빙 서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지원했다"며 절차 문제에 대해 주의 조치를 했다.

한전의 전세버스 임대계약과 관련해서도 대책위는 한전이 송전탑 찬성 측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주민에게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감사 결과 특정 밀양 주민이 한전에 자신이 설립한 업체와 전세버스 계약할 것을 제안했고 실제 계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감사원은 입찰 방식 문제만 지적했다.

대책위는 지난해 감사원에 청구한 24건을 모두 감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결과가 나온 3건에 대해서도 '주의' 조치로 끝난 것을 '봐주기 감사'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주의는 말그대로 앞으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라는 의미다.

대책위는 "이번 감사로 한전이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입막음한 것이 드러났다. 그러나 보다 전면적이고 깊이 있는 감사는 아니었다. 3건 모두 주의 조치한 것은 솜방망이 처벌이자 봐주기 감사일 뿐"이라며 "주민과 활동가가 1년여간 어렵게 증거를 수집해 1500여 명 이름으로 감사를 청구했다. 기각된 건을 재감사해야 한다"고 했다. 또 "정부는 공동체 파괴에 대한 해결책과 진정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원은 법과 규정·지침 등 기준에 따라 한전의 업무처리에 대해 부적절한 점이 있었는지 살펴본 것"이라며 "감사원 규정상 같은 사안에 대해서는 감사를 하지 않는다. 기각된 건에 대해 재감사를 요청하면 심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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