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보수 나뉜 표심 '단일화 영향력'에 촉각
각당 민심 끌기 총력전…민주·정의 단일화 변수
낮은 관심·나들이철 등 투표율 감소요인도 영향

탈환할 것인가, 사수할 것인가? 보수세력과 진보세력의 최전방이 돼버린 창원성산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그래서 전국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4월 3일 치러지는 선거는 민주진보 진영 단일화 여부와 투표율 추이, 당별 총력지원 역량 등이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로 꼽힌다.

◇후보 단일화 어떻게? = 창원 성산은 이른바 '진보정치 1번지'로 불린다. 2004년 17대 총선 때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가 진보진영 최초로 창원 성산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이후 4번의 총선에서 3번 진보정당이 승리했다. 고 노회찬 의원도 2016년 20대 총선에서 창원지역 2만 3000여 조합원 총투표를 통한 노회찬-손석형 후보 단일화를 거쳐 승리했다. 3번의 승리 모두 '진보 대 보수' 1 대 1 대결 구도에서 가능했다.

진보 단일화가 깨졌던 2012년 19대 총선 때는 강기윤 새누리당 후보가 5만 2502표(49.04%)를 얻으면서 승리했다. 당시 손석형 통합진보당 후보는 4만 6924표(43.83%), 김창근 진보신당 후보가 7630표(7.12%)를 기록했다. '후보 단일화 실패'가 승패를 결정적으로 갈랐다는 평가다.

애초 이번 선거에서 후보 단일화의 과정은 여영국(54·정의당)·손석형(60·민중당) 후보가 먼저 진보진영 후보를 단일화하고서 권민호(62·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단일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권 후보가 여권 후보임에도 '3자 원샷 단일화'를 정의당과 민중당에 먼저 제안하면서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권 후보가 3자 단일화를 제안한 까닭은 자신의 지지율이 답보인 상황에 따른 '정치적인 셈법'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자신이 단일후보로 뽑히면 당선 가능성이 커지고, 후보가 되지 않더라도 범민주개혁진영 후보를 도왔다는 모양새를 갖출 수 있어 당의 부담을 덜어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창원 성산과 통영·고성 두 곳에서 유일하게 진행되는 보선에서 자칫 자유한국당에 모두 자리를 내어주게 된다면 '정권 심판론'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상황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3자 원샷 단일화'는 손 후보의 거부로 무산됐지만, 권민호-여영국 후보가 단일화에 합의하면서 현재 협상을 진행 중이다. 손 후보는 두 후보의 '단일화'에 대해 '묻지마 단일화'라며 비판했다.

여영국-손석형 후보의 2자 단일화 협상도 사실상 무산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여 선대본은 성산구민 여론조사 50%, 민주노총 조합원 총투표 50%를 합산해 결정하자고 했고, 손 선대본은 '민주노총 조합원 총투표+민중경선제'를 정의당에 제안했다. 하지만, 이후로는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 조합원 표가 어디로 향할지 관심을 끈다. 창원 성산에 거주하는 민주노총 조합원은 6000∼9000명으로 추산된다. '민주노총 조직표'를 얻어야 승산이 커지므로 25일(투표용지가 인쇄되는 전날)까진 양측이 협상을 이어갈 가능성도 없진 않다.

▲ 4·3 국회의원 보궐선거 유세 첫날인 21일 오전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거리를 지나던 시민들이 한 후보의 연설을 진지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낮은 투표율 = 보궐선거로 치러지는 특성상 낮은 투표율도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창원 성산 투표율은 66.1%(12만 1802명)였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선거 투표율이 40%대에 머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투표율이 저조하면 '조직' 혹은 '고정표'를 많이 얻는 후보가 이길 확률이 커진다. 이렇게 되면 예전보다 세가 줄긴 했지만, 여전히 조직력이 살아 있는 한국당 강기윤(58) 후보가 유리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낮은 투표율 속 이재환(37·바른미래당)·진순정(40·대한애국당)·김종서(63·무소속) 후보가 의외의 선전으로 강 후보 표를 가져가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이번 선거는 2석에 불과하지만, 내년 4월 총선을 불과 1년 앞둔 시점에 열린다. 때문에 당 대표가 창원에 상주하는 것은 물론 수시로 현장최고위원회 개최, 주요 정치인의 경남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그야말로 '총력전'이 따로 없다. 사활을 건 이러한 움직임이 창원 성산 민심 바닥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밖에도 창원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른 시점에 노동자들이 김해 등으로 대거 빠져나간 점, 이어지는 호전되지 않는 경제상황, 벚꽃이 피는 '행락철' 투표참여 감소 등이 선거 판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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