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한전에 '주의' 조치…대책위, 봐주기 감사 비판 "22건 중 고작 3건만 처리"

한국전력공사가 밀양 송전탑 건설 과정에서 찬성 측 주민에게 선심성 필리핀 관광을 지원한 사실이 감사에서 드러났다.

감사원은 20일 '밀양 송전탑 건설에 따른 주민지원 관련 공익감사청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원은 △한전이 적극 협조한 주민에게 해외여행 지원 △공사인력 수송 버스임대 수의계약체결 특혜 △농산물 공동판매시설 신축지원금 위법·부당 사용 등 3건에 대해 한전에 '주의' 조치했다.

밀양 송전탑 사태 중 가장 큰 문제점은 한전 보상금을 둘러싸고 찬반 주민이 갈려 마을공동체가 무너진 것이었다. 그 후유증은 지금도 치유되지 않고 있다. 밀양765㎸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 등 1576명은 지난해 3월 송전탑 건설과정에서 부당행위를 밝혀달라며 공익감사를 청구했었다.

감사원은 한전이 송전탑 건설 사업비 중 3200여만 원을 들여 공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찬성 측 주민 19명에게 '필리핀 전력설비 시찰'을 지원한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2015년 12월 5~10일까지 5박 6일간이었는데, 필리핀 일리한발전소 1회 방문 외 모두 관광 일정이었다. 감사 결과, 주민들은 발전소 시찰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한전이 밀양 송전탑 건설현장 주변 마을에 농산물 공동판매시설 신축과 운영비 지원 등 보상금을 주먹구구식으로 집행한 것도 드러났다. 한전은 2014년 5월 한 마을 주민대표 등 5명과 농산물 공동판매시설 신축에 13억 8000만 원 지원키로 합의했다. 그해 6월 운영비 3억 8000만 원을 지급하고, 11월 공동판매시설 토지구매대금 4억 원을 지급했다. 이 과정에서 한전은 증빙 서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실제 토지구입비(3억 5000만 원)보다 5000만 원 더 많이 지급했다.

그러나 등기부등본상에는 해당 토지가 2억 6300만 원에 거래된 것으로 돼 있었다. 감사원은 이에 대해 주민이 양도소득세 부담을 줄이려고 허위 신고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주민이 토지 거래가격을 사실과 다르게 신고하도록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이 마을 주민들은 감사 결과에 따라 지난해 9월 지원금 7억 8000만 원을 모두 반환했다.

한전이 송전탑 공사 현장 방호인력을 수송하고자 전세버스 임대 계약을 체결하면서, 특정업체와 수의계약을 진행한 것도 확인됐다.

한전은 2013년 9월 공사 현장과 가깝다는 이유로 한 여행사와 전세버스 임대계약을 했는데, 두 달 뒤 밀양 주민 ㄱ 씨로부터 자신이 영업소장으로 있는 ㄴ영업소와 계약을 맺자는 제안을 받고 버스업체를 바꿨다. 이어 2014년 6월에는 ㄱ 씨가 설립한 ㄷ영업소와 계약을 다시 맺었다. 감사원은 한전이 다른 업체에 입찰참여 기회를 주지 않아 공정한 계약질서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한전은 감사원의 지적에 대해 사업비가 관광 등 선심성으로 집행되지 않도록 하겠으며, 계약사무와 특별지원 등에 대해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하겠다고 했다.

애초 밀양 송전탑 반대대책위는 감사원에 △한전 공사 자재·전력설비 부품 조달 관련 납품 비리와 비자금 조성 의혹 △2013년 7월 전문가 협의체 자료 조작·기망 의혹 △한전의 주민 기만행위 △사업 타당성과 노선 선정 과정 의혹 △한전의 주민 매수 의혹 △한전의 방조·공모·불법 행위로 마을공동체 파괴 △한전·밀양시 유착과 부당 개입 등 7개 분야 22개 항목을 감사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22개 항목 중 19건을 기각하고, 이번에 결과를 공개한 3건만 감사했다.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는 감사원 감사결과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이자 봐주기 감사"라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고작 3건만 감사를 했고, 이 3건마저도 '주의' 조치에 그쳤다"며 "1년을 기다렸는데, 또다시 분노를 금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전 사과, 정부에 기각한 건에 대한 재감사, 철저한 진상규명과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