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각층 대화모임 '창원살롱G'

각계각층의 시민이 모여 도시 유휴공간 활용에 대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정답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스스로 문화기획자가 된 것처럼 다양한 이야기를 펼쳤고 과정을 즐겼다.

19일 오후 7시 창원시 의창구 창원종합운동장 지하도, 평소 한적한 공간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창원시가 마련한 '유휴공간 활용을 위한 창원살롱G 1탄'으로 창원종합운동장 지하도 활용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자리였다.

창원살롱G는 창원문화특화도시 조성사업 내 시민들의 대화모임이다. 이날 예술가, 학생, 주부, 문화기획자 등 40명 정도 함께했다.

딱딱한 회의 형식이 아니었다. 공사장 콘셉트 공간에서 브레인스토밍하듯 4조로 나눠 토론을 진행했다. 조마다 원활한 토론 진행을 돕는 진행자, 문화기획자, 속기사가 한 명씩 배치됐다.

이에 앞서 박찬국 동대문옥상낙원(DRP) 디렉터의 강의가 있었다. 공공미술가인 그는 빈 공간이던 서울 동대문신발종합상가 옥상을 일하며 노는 곳으로 만들었다.

박 디렉터는 자신의 경험담을 풀면서 창원운동장 지하도 활용에 대해 조언했다. 박 디렉터는 "무언가 빨리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감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상상을 해보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그는 "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 사람들과 계속 이야기를 하다 보면 생각지도 않은 결과가 나타난다"며 "결과가 도출되면 누가 이 공간을 운영할 것인지 주체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3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나누었다. △나는 무엇이 하고 싶어서 여기에 왔는가 △5년 뒤 창원운동장 지하도가 새로운 공간으로 바뀌면 창원에,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나 또는 동료와 함께 어떻게 이 공간을 만들어나갈 것인가.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다.

▲ 지난 19일 창원시 의창구 창원종합운동장 지하도에서 '유휴공간 활용을 위한 창원살롱'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김민지 기자

서은정 씨는 "평소 문성중, 문성고 학생들이 많이 지나다닌다. 공부에 치이는 학생들에게 잠시나마 숨 쉴 수 있는 힐링 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경수 씨는 "JTBC 토크 프로그램 <말하는대로>처럼 버스킹 풍미를 살린 게릴라 강연이나 상담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은진 씨는 주부나 어머니들의 공간으로 쓰이길 바랐다. 이 씨는 "아이와 함께 인근 과학체험관이나 컨벤션센터에 오면 아이가 수업받는 동안 어머니들이 있을 공간이 없다"며 "어머니들이 소통할 수 있고 육아에 지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는 참가자가 "방음장치를 해놓은 상자 같은 공간에서 마음껏 소리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곁들인다.

버스킹 활용 공간에 대한 아이디어도 나왔다. 한영신(47·창원시 의창구) 씨와 백수정(39·창원시 의창구) 씨는 "언더그라운드를 위한 버스킹이 주기적으로 열리면 사람들이 많이 올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난희 씨는 "낮에는 어르신들을 위한 문화사랑방이, 밤에는 먹거리 타운이나 야시장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들은 그래피티 아트나 퍼포먼스 공간으로 사용되길 원했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기획자가 된 것처럼 상상하고 고민했다.

창원시는 올해 4억 5000만 원을 투입해 창원종합운동장 지하도를 공공갤러리로 조성할 계획이다. 시는 19·20일 유휴공간 활용을 위한 창원살롱을 열고 여기서 나온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공간을 새롭게 구성할 방침이다.

한편 2탄은 개관을 앞둔 성호동 생활문화센터(옛 성호동주민센터) 활용 방안으로 4월 초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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