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정 창작 구연동화집
<풀이 자라는 소리…>출간

할머니가 들려 주는 옛이야기 혹은 엄마가 읽어 주는 동화만큼 감미롭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게 있을까. 이런 것을 더욱 적극적으로 발전시킨 게 구연동화다. 문자가 아닌 말과 몸짓으로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때문에 구연동화가 유아들의 발음과 표현 능력 향상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도 있다.

시중에 있는 구연동화책은 대개 원래 있던 동화를 구연 방식으로 다시 쓴 것이다.

구연동화 자체를 창작하는 일은 드물다. 산청에서 활동하는 박미정 작가가 최근 낸 창작 구연동화집 <풀이 자라는 소리를 들어보지 않을래>(사진)가 특별한 이유다.

박 작가는 2016년 제2회 소년해양신인문학상에 구연동화로 당선됐다. 이미 한 해 전에 동시로 제8회 한국아동문학회 신인문학상을 받은 터다.

자연동화. 박 작가는 자신의 구연동화 작품을 이렇게 표현한다. 지리산국립공원 자원활동가이자 경남환경연합, 한국청소년환경단에서 활동하는 그는 아이들에게 자연을 제대로 알려줄 방법을 고민했다. 그가 택한 방법이 동시와 구연동화다.

"나는 자연으로 아이들을 초대할 궁리를 했다. 숲과 직접 만날 수 없다면, 아이들이 자연을 마음으로 보는 법을 알려 주고 싶었다. 꿈틀꿈틀 아이들 마음속에 잠들어 있을 상상을 깨우고 싶었다. 아이들은 나무가 어떻게 노래하는지 알고 있을까?" ('여는 글' 중에서)

동화를 읽고 나니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동식물의 생태 관련 지식을 쌓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때, 먼 산을 바라보며 혀를 날름거리던 뱀이 말했어요. '우리가 혀를 날름거리기 때문에 사람들이 싫어하는 게 아닐까?' '맞아. 우리 혀를 보고 징그럽다고 말하잖아.' 다른 뱀도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럼 혀를 날름거리지 않고 살면 어떨까?' '좋은 생각이야.' '안 될 소리 우리가 혀를 날름거리는 건 냄새를 맡기 위해서야.'" ('너무 억울해' 중에서)

또, 도시에 사는 아이라도 길 가 잡초나 가로수에도 관심을 두고 그런 것들과 대화를 나누지 않을까도 싶다.

"비와 나무는 서로 부둥켜안으며 도란거렸어요. '제가 있는 곳은 차들이 많이 지나다녀 제 몸이 빨리 더러워져요.' '그럼, 목욕도 하렴.' 비는 바람 따라 빗줄기를 움직이며 나무를 씻겨 줬어요. 기분이 좋아진 나무가 방긋거리며 말했어요. '아낌없이 물을 주는 비님에게 저도 선물을 하고 싶어요.'" ('고마운 비' 중에서)

작품마다 뒤편에 이야기 나누기란 항목을 뒀다.

'아기 돼지처럼 하늘을 볼 수 없다면 얼마나 슬플까요?', '하루에 하늘을 몇 번 보나요?' 이런 식인데, 전문가가 아니라도 책을 읽어주고 아이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이야깃거리를 일러 준 것이다.

책과 나무 펴냄, 104쪽, 1만 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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