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은 주한 미군 지위에 관한 행정협정(SOFA) 개정협상 6일째 회의를 계속하고 있으나, 미국측의 강경자세로 협상타결의 윤곽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미국측이 SOFA의 불평등 조항을 개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강경하게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노근리 문제의 축소의도, 독극물과 폐기물, 검역 등 한국사회에 물의를 빚어 관련조항의 개정이나 신설이 시급한 분야를 SOFA에 그 내용을 신설하거나 개정할 의지를 이들은 갖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이런 태도는 한 마디로 한국인의 의사를 무시한 지난 50~60년대의 한국관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알다시피 지금의 SOFA조항들은 30년전 미국이 우월적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자국에 유리하도록 규정해 놓은 명백한 불평등 사항임을 그들은 빤히 알면서도 딴전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7월 독극물의 한강무단방류에 대해 주한 미군사령관의 사과가 뒤늦게 있었지만, 주일미군이 취한 즉각적이고도 심도있는 사과에 비교해보면 이들의 태도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SOFA의 불평등성과 그로 인한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다. 미국이 한국 입장이었다면 어땠을지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예컨대, 미국이 난색을 표하는 환경조항 신설과 관련해서는 미군에 의한 환경오염이 갈수록 증가추세라는 녹색연합의 실태보고서를 보면 미국측도 수긍이 갈 것이다.



이 보고자료에 의하면 주한 미군의 환경피해사건·사고가 1990년 한건에 불과하던 것이 90년대 말에는 연평균 3~4건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있다. 더욱이 위에 언급한 그 독극물 무단방류사건, 11월 대구 캠프 워커의 항공유 유출사고 등 올해 발생한 환경피해사건·사고만 총 9건으로 집계돼 90년 이후 발생한 전체 환경피해사건(35건)의 26%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나 있는 것이다.


이와같이 환경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SOFA를 전면 개정, 철저한 원인자와 오염자 부담원칙의 환경조항을 도입해야 마땅하다. 지금 회담장 밖에서 벌이는 시민들의 항의시위나 전국적으로 고조되고 있는 반미감정이 한국민의 인권이나 환경에 대해 ‘나 몰라라’식의 그런 오만방자한 태도 때문임을 미국측은 직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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