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업종·일자리 확산 맞춰 4대보험 보장 구축 시급
디지털 혁신 4차산업 물결 속
정규직 중심 사회보장제 여전
프리랜서·임시직 등 포함해야

플랫폼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전문가들은 사회보장 제도를 정규직에서 임시·계약직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과거와 달리 기업에 입사해 정규직으로 일하며 4대 보험 혜택을 보는 노동자들보다 필요에 따라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노동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지만 사고 시 보상이나 보험에 대한 기준이 없는 점을 지적했다. 허 박사는 "플랫폼에서 일감을 얻어 일을 하다 사고가 나면 플랫폼 운영 기업과 노동자 중 누가 책임을 질지에 대한 기준이 없다"며 "노동자의 사회보장에 필요한 비용 분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 박사는 사업자가 플랫폼 노동자 처우에 신경쓰더라도 사회 전반을 봤을 때 미진할 수밖에 없는 점도 덧붙였다. 그는 "각 업체가 노동자와 협상을 진행하더라도 개별 노동자 처지에서 불만을 가지고 법원에 항의할 수 있다. 개별 판결에 의존하다 보면 사회적 비용이 그만큼 늘어날 것"이라며 "기업과 정부, 노동자 등이 플랫폼 노동자의 사회복지, 보장 서비스 측면에서 비용 부담을 어떻게 나눌지 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철 서울노동권익센터 정책연구팀장은 "의료접근성, 산재보험 편입, 건강보험 보장성을 비롯해 배달대행업 등 특수고용 산재가입 특례업종 확대 같은 소극적인 방식에서부터 임금노동자가 아닌 취업자를 중심으로 산재보험을 포함한 사회보장제도를 개편하거나 상병급여 신설 등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명호 재단법인 여시재 솔루션 디자이너도 다양한 형태의 노동자에게 사회보장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카카오 대리운전과 배달 애플리케이션과 같은 공유경제를 지향하는 플랫폼이 증가하며 임시·계약직 종사자들이 건강보험이나 퇴직연금 등 사회적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정규직에만 집중된 사회적 보장 혜택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보장 혜택의 범위를 늘리기 위한 방법으로 사회계약을 제안했다. 회사나 업종을 변경하더라도 기본적인 사회보장은 이어지도록 하자는 취지다. 기업 정규직으로 일하다 프리랜서나 임시직으로 직종을 변경하더라도 노동자를 위한 기본적인 보험 혜택은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관건은 재원 마련 방식이다. 이 솔루션 디자이너는 세금 부과 방식의 변경을 꼽았다. 기업이 1인당 부담하는 보험료를 총 순이익 일부로 돌리면 기업 이익 규모와 관계없이 고용 시 자동으로 발생하는 보험료 부담이 이익을 냈을 때 그에 상응하는 금액을 내는 방식으로 바뀐다. 현재 기업은 노동자와 1대1로 4대 보험료를 부담한다.

그는 "기업은 고용 시점에서 부담이 발생하지 않아 고용 유인 효과도 볼 수 있다"며 "각 개인도 독립적 경제 활동가로 보고 세금을 차등 부과하되 기본적인 사회적 보험 혜택은 제공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한정애(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주요 내용은 특수형태 노동자와 예술인과 관련한 △고용보험 적용 △피보험 자격 취득·상실일 규정 △실업급여 관련 근거 규정 등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 물결로 디지털 혁신이 일어나고 있지만 정작 행정과 사법적으로 준비가 안 돼 있다"며 "플랫폼 노동자들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한 의원의 발의안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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