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강상 이유로 대표직 유지 어렵다고 경남도에 통보
차기 유력후보 2명은 "곤란하다"…다른 2명은 '흔들기'

오는 27일 경남FC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조기호 대표이사가 떠나겠다는 뜻을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조 대표는 지난 13일 오후 경남도 관계자에게 전화로 '건강상 이유로 더는 대표 직을 수행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4·15일 연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은데 이어 17일 포항에서 열린 K리그1 3라운드 원정경기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조 대표가 지금까지 홈·원정을 가리지 않고 경남FC 경기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3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조 대표가 사의를 밝힌 것은 이번이 세번 째다.

처음은 지난 2017년 12월로, 당시 한경호 도지사 권한대행과 기세싸움이라는 성격이 강했다. 2부리그에서 우승하고 1부리그로 승격하자 '숟가락'을 얹으려는 듯 외부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경남도 특정감사까지 들이닥치자 '사퇴'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왔다. 결과는 조 대표가 직을 유지하게 됐다.

두번째는 지난해 7월이었다. 새 지사가 취임한만큼 전 지사가 임용한 자신은 물러나는 게 좋다는 정치적 판단이었다. 취임한 김 지사가 '성적 좋고 경영 잘 하고 있는데 바꾸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조 대표의 사의를 반려하면서 지금까지 직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은 좀 달라보인다. 그만두겠다는 의지가 확고해 보인다. 일단 조 대표는 두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오는 27일 열리는 주총에서 자신의 임기가 만료된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건강상 이유다. 지난 12일 말레이시아 조호르 다룰 탁짐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원정경기에 다녀오면서 피로가 누적됐고 심한 몸살을 앓았다. 조 대표 주치의는 스트레스를 피하라고 했고, 조 대표는 구단 대표이사를 계속하면서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 주말부터 지인과 축구계 인사들이 나서서 당분간 대표직을 유지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지만 조 대표는 꿈쩍 않고 있다.

문제는 조 대표 퇴임 후다. 강력한 후보자로 거론되는 인사는 2명 정도다. 이들은 하나같이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차기 대표로 거론되는 ㄱ씨는 "오는 27일부터 모 협회 도단위 회장을 맡기로 돼 있다"며 "정말 할 사람이 없다면 맡아야 겠지만 지금 대표를 맡는다는 것은 욕들을 일 밖에 없는데 굳이 왜 맡아야 하는지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김 지사와 각별한 인연이 있는 또다른 차기 대표 후보 ㄴ씨는 "김 지사와 관계를 봐서도 지금 내가 나서는 것은 지사에게 부담을 줄 뿐 도움될 일은 전혀 없다"며 "두어명이 서로 자기가 차기 대표를 맡겠다고 하는 바람에 '그리 할 사람이 없다면 내가 하겠다'고 최근에 말한 적은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조 대표가 계속 역할을 맡아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연초부터 조 대표 경질에 무게를 두고 일부 인사가 조 대표 끌어내리기에 힘을 쏟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축구계나 팬 반응은 싸늘하다. 경영능력이나 축구에 대한 이해도가 검증되지 않았고, 그간의 행적에 비춰봤을 때 적절하지 않다는 것.

김경수 지사 보석 심리는 19일 열리지만 결정까지는 7일이라는 유예기간이 있다. 설령 석방 결정이 나더라도 25~26일에야 석방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때 석방되더라도 27일 열릴 경남FC 주주총회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기에는 시일이 촉박해 보인다.

차기 대표이사를 선임하지 못하는 정기주주총회가 될 가능성마저 점쳐지는 부분이다.

대표이사 유고시 사내이사가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구단주가 권한대행인 상황에서 대표이사마저 권한대행이라는 모양새가 썩 좋아보일 수는 없다. 일단 조 대표가 퇴임 의사를 굽히지 않으면 새 대표이사를 선임하든지 아니면 권한대행 체제로 가야한다. 대표 권한대행은 사내이사인 지현철 경남체육회 사무처장과 김상석 경남축구협회장 중 최대 지분을 보유한 지 처장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지 처장 스스로가 경남체육회 사무처장을 계속 맡을 수 있을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김 회장에게 돌아갈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ㄱ씨를 새 대표이사로 선임하려면 27일 주총에서 이사 선임 의결을 한 후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출해야 한다. ㄴ씨는 이미 사외이사이기에 언제든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출하면 된다.

문제는 26일까지 김 지사가 석방되지 않았을 때 발생한다. 구단주로서 경남FC 지분 57%를 보유한 경남체육회 회장이기도 한 김 지사 의중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K리그 3라운드까지 1승 2패로 9위, ACL 2라운드까지 2무로 3위에 머물러 있는 경남FC는 오는 30일까지 A매치 휴식기간 팀 전력을 극대화 해야 한다는 지상 과제를 떠안고 있다. 여기에 폭탄이 떨어진 셈이다.해결책 마련이 암담해 보인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