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선생님도 배우란다
1996년 창단 함양 유일 극단
현직교사들 아동극 위주 공연
올해 〈연리목 이야기〉 출품
사극에 인디음악 접목 이색적

이번에는 함양 극단 문화모임 광대 이야기를 해볼게요. 이번 경남연극제 참가 극단 중에서는 낯선 이름이었는데, 알고 보니 함양을 중심으로 꽤 오랫동안 활동하신 분들이더군요. 1996년에 생겼다니 20년이 훌쩍 넘어섭니다. 지금도 함양에서는 유일한 극단이고요, 이 극단으로 한국연극협회 함양지부도 생겼고요.

단원은 전부 현직 교사들이랍니다. 공연도 거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만 하고요. 정기공연도 하고 단원들이 각자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연극을 지도해 매년 가을이면 함양에서 경남어린이연극페스티벌도 연답니다. 특히, 아이들 연극 지도와 관련해서는 전국적으로도 인지도가 높은 편이군요.

그동안 경남연극제도 꾸준히 참여했다고 합니다. 다만, 아동극이라 모두 비경연 작품이었고요. 지난해에는 극단이 참여하지 않아서 제가 잘 몰랐던 거였습니다.

▲ 극단 문화모임 광대 <연리목 이야기> 중 인디밴드 노래를 부르는 장면. /경남연극협회
올해는 <연리목 이야기>(조현우 작·연출)로 참가했습니다. 17일 오후 7시 30분 사천문화원에서 공연이 열렸는데요. 이 작품이 사실은 2020년 함양에서 열리는 함양산삼항노화엑스포 측 의뢰를 받아서 만든 거였는데, 어떻게 잘 안 됐나 봐요. 이왕 작품을 만들었고, 연습도 했고, 아동극도 아니기에 이번 연극제에서는 정식 경연작으로 나선 겁니다.

공연을 보면서 20년이 넘은 극단이 왜 이렇게 풋풋할까, 싶었는데요. 아마도 오랫동안 아이들을 대상으로 연극을 하다 보니 그런 느낌이 많이 남아 있어서일 겁니다.

작품은 함양에 있는 천 년 숲 '상림'이 배경입니다. 그 속에 보면 사랑나무(연리목)가 있는데요, 이 나무에 산삼을 찾아다니는 심마니 동이와 사대부가의 딸 연이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담은 거죠.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함양산삼항노화엑스포를 위해 만든 거라니, 극 곳곳에 깨알 홍보가 들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함양 땅에는 게르마늄이 많아서 산양삼이 아주 잘 자란다, 산양삼에는 항노화 물질이 들어 있다 같은 대사를 천연덕스럽게 하거든요.

극 곳곳에서 '교육적인' 흔적이 많이 보입니다. 대사 투도 약간 아이들에 맞춰져 있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런데요, 이런 부분이 거슬리지 않고 재밌습니다.

또 하나 일종의 사극인데도 감정이 중요한 장면마다 인디밴드 어쿠스틱 콜라보의 '묘해', '그대와 나, 설레임', '너무 보고 싶어' 같은 노래를 도입한 부분이 신선하더라고요. 그것도 배우들이 직접 부릅니다. 전부 3곡이 나오는데요, 처음에는 '앗 이거 뭐지?' 싶었다가 점점 듣다 보니 '오, 노래 잘하네. 좋은데?' 하고 생각하게 되더군요. 이게 다른 극단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거거든요.

전체적으로 극 구성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조금 아동극풍이라 해도 감정이입하기에는 충분했고요. 클라이맥스에서 훌쩍이는 관객들도 많았거든요.

경남연극제에서 좋은 극단을 하나 만난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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