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농민의 저녁 밥상 접시 위 담긴 노동의 대가
'감자'는 고흐 풍경작품 단골 소재
노동·정직 상징으로 활용
'뇨키'는 감자·밀가루 섞은 파스타
푹신하고 보들보들한 식감

네덜란드 출신 화가 빈센트 반 고흐 하면 흔히 '해바라기'(1888년)나 '별이 빛나는 밤'(1889년)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고흐는 노동자를 좋아했고 당시 노동자의 삶과 농촌 풍경을 즐겨 그렸다. 오늘은 그가 프랑스로 떠나기 전, 네덜란드에서 그린 작품 '감자 먹는 사람들'에 등장하는 감자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그가 왜 감자에 주목했는지 말이다.

▲ 리코타 치즈를 얹은 뇨키 페스토. /김민지 기자
◇노동자의 양식을 그린 고흐 = 어두운 방. 램프 하나에 의지한 채 사람이 감자를 먹고 있다. 손가락 뼈마디가 굵고 손이 흙에 시커멓게 물든 거 보니 농부 가족 같다. 빈센트 반 고흐(1853~1890)가 그린 '감자 먹는 사람들'(1885년)이다.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는 램프 불빛 아래에서 감자를 먹고 있는 사람들이 접시를 내밀고 있는 손, 자신을 닮은 그 손으로 땅을 팠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려고 했네. 그 손은, 손으로 하는 노동과 정직하게 노력으로 얻은 식사를 암시하고 있지"라고 말했다.

고흐는 27살 본격적으로 붓을 들었다. 작업량이 어마했다. 37살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10년간 2000여 점을 쏟아냈다.

고흐는 고향 네덜란드에서 작업할 당시 평범한 사람에 끌렸다. 농민, 노동자, 하층민의 생활과 풍경을 그렸고 작품에 '감자'가 자주 등장했다. '감자 바구니', '감자와 나막신', '감자 껍질을 벗기는 시엔' 등이다. '감자'는 19세기 유럽에서 노동자에게 양식이자 간식이었다.

▲ 빈센트 반 고흐(1853~1890)가 그린 '감자 먹는 사람들'(1885년). /반 고흐 미술관

'감자 먹는 사람들'은 그의 초기작이다. 고흐는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이 대단했다. 그는 여동생 빌헤미나에게 보낸 편지에서 "감자를 먹는 농부를 그린 그림이 결국 내 그림들 가운데 가장 훌륭한 작품이 되리라 믿는다"고 했다.

그는 '감자 먹는 사람들'을 완성하려고 무려 40편이 넘는 습작을 그렸다.

그는 말했다. "예술은 끊임없는 노력을 요구해. 어떤 상황에도 멈추지 않고 일하며 계속 관찰하는 거야. 끈질긴 노력이란 무엇보다도 꾸준한 작업을 의미한다"고.

고흐는 노동의 참된 가치를 그림으로 말하고 싶었다. 그 역시 "오직 땀을 흘린 자만이 빵을 먹을 권리가 있다"며 그림에 매진했다.

◇감자로 만든 이탈리아식 수제비 = 뇨키는 파스타의 일종이다. 흔히 우리나라 수제비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뇨키는 일반적으로 감자와 밀가루로 만든다. 취향에 따라 고구마와 밀가루, 호박과 밀가루를 섞기도 한다.

이탈리아 셰프 마크 베트리·데이비드 요아의 <마스터링 파스타>에 따르면 파스타와 마찬가지로 초기 뇨키는 오직 밀가루와 물만 사용하여 만들었다. '감자는 상당히 세월이 흐르고 나서야 등장한다. 물론 지금은 뇨키에 사용하는 가장 인기 있는 채소일지 모르지만 감자를 제외한 뇨키의 세계도 넓고 광활하다. 온갖 종류의 가루 재료와 빵, 채소 퓌레, 치즈 등을 이용해서 경단을 만들 수 있다.'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 '치오파니' 셰프 알베르토 치오파니(28)는 "뇨키는 손가락 마디를 뜻하는 노카(nocca)에서 유래됐다"며 "이탈리아의 대중적인 음식으로 지역마다 넣는 재료가 다르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이탈리아 북쪽은 버터와 치즈, 로마는 세몰리나(거친 밀가루의 일종), 남쪽은 토마토나 바질을 넣어 뇨키를 만든다"고 말했다.

알베르토 씨는 이탈리아인으로 한국인 부인 김기주(26) 씨와 함께 자신의 성을 내건 레스토랑을 차렸다. 그는 매일 파스타 면을 직접 만든다. 생면은 건면에 비해 식감이 쫄깃한 게 특징이다. 그가 만든 뇨키는 '뇨키 페스토'로 말린 토마토와 바질 페스토, 치킨, 리코타 치즈가 들어간다.

▲ 뇨키 만들기


① 뇨키는 감자와 밀가루로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먼저 감자를 으깬 후 달걀을 넣는다. /김민지 기자
▲ ② 으깬 감자와 달걀을 잘 섞어준다. 감자 양 4분의 1만큼의 밀가루를 섞어 반죽을 만든다. /김민지 기자
▲ ③ 반죽을 손으로 치댄 후 떡가래처럼 길게 늘어뜨린다. /김민지 기자
▲ ④ 반죽을 한입에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김민지 기자
▲ ⑤ 뇨키 모양은 다양하다. 포크날에 반죽을 얹어 누르거나 뇨키 보드에 굴리면 된다. /김민지 기자
▲ ⑥ 말린 토마토, 바질 페스토 소스, 치킨, 리코타 치즈를 곁들이면 '뇨키 페스토' 완성. /김민지 기자
알베르토 씨가 직접 뇨키 만드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으깬 감자 75%와 밀가루 25%, 계란을 넣고 반죽을 만들었다. 그는 반죽을 손으로 치대면서 "뇨키용 감자는 수분 함량이 적은 것이 좋다"며 "수분이 많으면 뇨키의 질감이 끈적끈적해지고 묵직해진다"고 말했다.

뇨키 모양은 다양했다. 그가 반죽을 떡가래처럼 밀어 한입 크기로 자른 후 포크날에 얹고 엄지손가락으로 누르니 뇨키가 만들어졌다. 투박한 물결 표시가 난 뇨키였다. 이후 뇨키 보드에 한입 크기로 자른 반죽을 굴리니 뇨키에 세밀한 물결이 생겼다. 그는 또 동글한 모양의 뇨키, 손가락으로 누른 뇨키, 정사각형 모양의 뇨키를 만들어 보여줬다.

알베르토 씨는 "요리사마다 뇨키 모양이 다르다"며 "뇨키에 줄무늬가 생기면 소스가 잘 스며들어 더 맛있다"고 말했다.

그가 만든 바질 페스토를 소스로 한 '뇨키 페스토'를 맛봤다. 먼저 포크로 뇨키를 찌르니 '쏘옥' 잘 들어갔다. 입 안으로 넣으니 뇨키가 입속에서 춤을 추는 것 같다. 푹신한 침대에 누운 것처럼 푹신하고 보들보들했다. 우리나라 수제비와는 질감이 달랐다. 수제비가 '쫄깃'하다면 뇨키는 '쪼~올~깃'한 맛이었다. 바질 페스토와도 잘 어울렸다. 특히 뇨키에 리코타 치즈를 얹어 먹으니 세상 부드러울 수가 없었다.

부인 김기주 씨는 "이탈리아 파스타는 한국 파스타와 달리 소스가 흥건하지 않고 뻑뻑한 편이다"며 "또 피클과 곁들여 먹지 않는 게 특징이다"고 말했다.

※참고문헌

<대가의 식탁을 탐하다>(2010), 박은주, 미래인

<마스터링 파스타>(2018), 마크 베트리·데이비드 요아, 한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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