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권력과 배운 자들의 역사 모독 반복
친일 행위 제대로 단죄하지 못해 벌어져

또 역사전쟁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발언에서 시작됐다. 나경원은 정부가 가짜 독립유공자를 가려내고, 사회주의 계열도 재심사해서 서훈을 검토하겠다고 하자 발끈했다. 친일 올가미를 씌운다느니, 해방 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때문에 국민이 분열했다고 했다.

반민특위는 반민족행위처벌법에 따라 1948년에 만들어졌다. 그러나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이승만 자유당 정권은 반민특위를 강제 해산했다. 그렇게 친일청산은 좌절됐다. 반민특위는 668건을 입건했으나 재판 종결은 고작 38건. 처벌받은 이들도 다 풀려났다.

누가 분열을 일으켰나. 친일청산을 하려는 이들인가, 친일청산을 뭉갠 이들인가. 단죄하지 못한 과오는 되풀이되고 있다. 친일파는 기득권을 꿰차고 잘먹고 잘살고 있다. 몰염치한 자들은 시도 때도 없이 역사전쟁을 일으키고 있다.

따지고 보면 나경원 발언 이전에도 도발은 계속 있었다.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전두환과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의 모욕이 그렇다. 따로 떨어진 사건이 아니라 연결된 흐름이다. 이런 도발은 모두 친일청산과 단죄를 하지 못한 잘못에서 비롯됐다. 망언과 도발이 단순한 인식 차이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여겨서는 안 된다. 몰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배울 만큼 배운 자들이 벌이는 짓이기 때문이다.

몰염치들이 친일문제에 맞서 내세우는 프레임은 빨갱이, 좌파다. 자유한국당은 좌파독재저지특별위원회까지 만들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에 대해 '좌파 망나니 칼춤 기구', 연동형 비례대표제 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대해서는 '좌파 운동권 세력의 장기집권 야욕'이라고 했다. 그리고 수사권 조정에 대해 검·경을 장악해 '좌파독재 장기집권 플랜'을 짜는 것이라고 했다.

과거를 되돌아보면 권력이 얼마나 많은 빨갱이 몰이를 했던가. 제주 4·3사건과 국민보도연맹 사건 등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졌다. 희생자들은 빨갱이로 몰려 죽임을 당했다. 59주년을 맞은 3·15의거 때도 그랬다. 관권부정선거에 맞선 학생과 시민에게 총을 쐈고, 공산당이 개입한 폭동이라 매도했다. 민주주의를 요구한 광주시민을 괴물로 칭하고, 5·18항쟁을 북한특수군이 일으킨 폭동이라고 아직도 지껄이지 않는가.

아픈 역사는 모두 친일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한 잘못에서 벌어진 일이다. 제 나라, 동포를 팔아먹은 친일 앞잡이들, 자신의 잘못을 색깔론으로 덮고, 빨갱이는 죽여도 된다는 식으로 국민을 죽인 학살자들은 한 뿌리다. 단죄하지 못한 역사에서 살아남아 기득권을 지키려는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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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직도 친일파가 만든 교가를, 애국가를 부른다. 3·1운동 100주년, 광복 74년을 맞은 지금도 벌어지는 부끄러움이다. 문정선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나경원을 '토착왜구'라 부르며 역사의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했다. 또다시 '골로가는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 할 수 없다. 언제까지 부끄러워할 텐가. 우리 아이들이 정의를 제대로 배우고 자라게 하려면 단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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