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무 창원시장은 3·8세계 여성의 날을 앞둔 지난 5일 이효재(1924~ ) 선생을 방문해 안부를 여쭙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마산 출신인 이 선생은 현존하는 한국 여성운동계 대모다. 그는 해방 후 이화여자대학교 영문학과에 입학해 3학년 때인 1947년 미국 유학을 떠나 유수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했다. 한국 여성학 이론을 정립하고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를 만들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이 선생 아버지 이약신 목사는 일제강점기 신사참배를 거부해 옥고를 치렀고, 주기철 목사 권유로 고향 평북 정주를 떠나 진해 웅천에서 목회를 펼쳤다. 아동양육시설 희망보육원(현재 진해 희망의 집)을 설립하기도 했다.

이 선생 출생하기 20년 전 진해 웅천에서는 김조이(1904~미상) 선생이 태어났다. 민족학교인 계광학교를 졸업한 그는 서울 동덕여자고등보통학교 재학 중 경성여자청년동맹을 창립하고 집행위원이 됐다. 이때 국제부인데이 제정과 세계무산부인운동가 전기 발간 사업을 벌였다. 러시아 유학 후 사회주의 운동에 매진했으며, 해방 후에는 부녀총동맹 인천지부 설립을 주도해 부위원장을 지내다 한국전쟁 때 납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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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은 1970~90년대 경제고도 성장기 서울·인천 못지않은 노동운동 중심지였다. 여성노동자·학생을 중심으로 한 여성 운동도 다른 지역보다 일찍 태동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창원은 근현대 여성(독립)운동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의 요람이자 큰 그릇이다. 이들 인물 선양과 정신 계승으로 창원시가 항일독립운동, 산업화, 민주화에 더해 여성운동 선도 도시 이미지를 구축하고, 이를 위해 여성 정책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실천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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