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게시판에 줄 잇는 피해 사례
힘 휘두르기 전에 자신 사랑하라

최근 창원시 박모 소장이 직원에게 한 갑질이 여러 언론에 화제가 됐다. 피해자가 쓴 글을 두고 가해자가 어쭙잖은 내용으로 사과문을 올리자 다시 반박이 이어졌다.

최초 게시글에는 내부망임에도 조회수 5814회, 응원 댓글 100여 개가 달렸다. 이 사실은 기자들에게까지 알려져 여러 언론에 기사화됐다. 허성무 시장은 이후 감사관실에 노조와 소통을 당부했다. 그럼에도 노조 누리집 게시판에는 지금도 갑질 사례가 계속 올라오고 있다.

지난해 전 국민 공분을 산 대기업 오너 막말과 폭력이 큰 화제가 됐다. 흔히 '손님은 왕'이라고 한다. 손님이 돈을 내기에 왕처럼 대접해야한다는 의미의 비유적 표현이다. 그럼에도 자기가 왕인 양 행동하는 게 갑질의 원인이다. 고객은 돈을 내고 물건을 사는 주체일 뿐 물건을 산다고 왕이 되는 건 아니다. 엄밀하게 모든 비즈니스 행위는 동등한 위치에서 주고 받는 거래다. 누가 누구에게 혜택을 베푸는 게 아니다.

조직 오너가 직원을 채용해 월급 주는 일 또한 마찬가지다. 보수와 노동을 교환하기로 근로계약을 맺은 관계다. 오너가 직원 당신들의 밥벌이를 책임지니까 노예 부리듯이 마음대로 부려도 된다는 것은 조선시대 등 봉건사회로 가야될 인식이다. 갑을 관계에서 갑의 우월한 위치와 을의 잘 보이려는 노력은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갑에게 무한권력이 있다거나 필요 이상으로 확대해석은 금물이다. 갑질하는 사람은 자기 분수를 모르는 사람에 불과하다.

갑질은 대체로 자기를 존중해 주지 않거나 무시했다고 느낄 때 돌변하는 행위이다. 박모 소장도 해당 직원이 자기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기가 무시받았다고 느껴서 그랬다고 한다. 갑질을 일삼는 사람은 상대방에 대한 기대를 '인정'한다는 느낌보다는 '무시'한다는 느낌을 더 쉽게 더 자주 느끼는 사람이다. 갑질하는 사람들은 스스로에 대한 정체성을 긍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평소 자기에 대한 믿음이 없고 타인의 평가에 대해 민감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조그만 실수에도 참지 못하고 폭발한다. 자기의 낮은 정체성이나 자존감을 지키려고 몸부림치는 나약한 사람이다.

갑질은 1차적으로 타인에게 모멸감을 준다. 그 결과 자기도 해를 입는 경우가 다반사다. 갑질 당하는 사람은 그 앞에서 고개를 숙일지 몰라도 안 보이는 곳에서 복수를 다짐한다. 진짜 문제는 타인에게 모멸감을 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조차도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정신분석학자 에리히 프롬은 타인을 사랑하는 것이 자기를 사랑하는 조건이 된다고 했다.

사랑을 못받은 사람 모두가 갑질을 일삼는 것은 아니다. 유명한 철학자 니체는, "괴물과 싸우는 자,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가 평소 타인으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한다고 해서, 타인을 사랑하지 않거나 갑질을 일삼는다면 괴물이 되어 버리는 것과 같다. 우리시 공무원노조는 갑질 간부 공무원 퇴출을 선언하고 투쟁 중에 있다. 우리의 투쟁이 우리를 괴물로 만들지 않는지 항상 뒤를 돌아보고 조합원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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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갑질 간부들에게 한마디 고하고 싶다. 갑질 간부들이여, 동료 의식을 가지시라. 나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우리 가족과 직원들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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