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에 조금만 열의를 가지고 하면 취업걱정은 없어요."

교수님이 강의와 연계해 취업하는 루트를 설명하며 나온 말이다. 모든 일을 취업과 연관 지어 말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 말은 나쁘게 들리기보다 솔깃하게 들렸다.

누군가는 3월 개강을 앞두고 설레는 마음을 품었겠지만 나는 이번 학기 개강을 앞두고 마음이 편치 않았다. 3학년이 되면서 캠퍼스를 떠올리면 캠퍼스의 낭만보다 스펙과 경쟁이 먼저 떠올랐기 때문이다. 매일같이 올라오는 대외활동 모집에 고민만 거듭하는 내 모습도 익숙해진 지 오래다. 이전에는 내가 하고 싶은 활동에 과감하게 뛰어들 수 있었다면 지금은 해봤는데 아니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을 한다.

얼마 전 친구가 대외활동을 추천해줄 때도 비슷한 이야기가 오갔다. 나와 그다지 관계없는 대외활동을 추천해준 친구에게 왜 이 활동을 추천해주냐고 묻자 "이런 대외활동은 어디에도 가져다 쓰기가 좋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대외활동이 개인에게 얼마나 좋은 경험을 주는가보다 얼마나 취업에 활용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해진 것이다.

공부도 마찬가지로 취업에 도움이 되는 공부 위주로 하는 경향이 생겼다. 많은 청년이 열을 올리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 토익(TOEIC), 컴퓨터활용능력과 같은 '기본 스펙'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 '기본 스펙'을 떠올리면 회의감부터 드는 것 같다. 이 '기본 스펙'이 우리의 텅 빈 이력서를 채워줄 것은 분명하지만, 이 공부가 우리에게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을 하는 사이 어느새 내 책장도 각종 문제집과 수험서로 채워져 있었다. 취업준비에 몰두하는 것과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중 무엇이 올바른 길일까? 이력서에 별 도움이 안 돼도 값진 경험을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안 되는 걸까? 이런 고민을 할 때면 우리가 꿈을 좇기보다는 도리어 취업에 쫓기는 모습인 듯해 스스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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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내가 너무 당연한 취업준비를 예민하게 받아들인 건지도 모르겠다. 결국, 이 글을 쓴 나 자신도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 정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오늘도 펼쳐진 한국사 문제집 앞에서 한숨만 내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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