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공권력과 만나 강화된 성적 대상화
일상적인 폭력 묵인해 온 우리사회 단면

폭행사건으로 시작된 '버닝썬' 사건은 마약, 클럽 내 성폭력, 불법 성매매, 경찰과의 유착관계, 심지어 불법촬영 동영상 유포까지 우리 사회 성산업의 추악함은 물론 집단 내 강간문화의 실체를 보여주고 있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놀라운 뉴스들은 강남의 유명 클럽, 몇몇 연예인의 일탈로 치부할 수 없다. 자본과 권력이 결합하면서 얼마나 극단적으로 여성을 거래의 대상, 폭력의 대상으로 치환할 수 있는지, 집단 내에서 남성들의 강간문화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클럽 내 성추행과 성폭력, 불법 성매매가 자본과 공권력의 결합을 통해 얼마나 손쉽게 일어나는지, 일상적인 클럽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었는지 볼 수 있었다. 나이와 복장에 대한 제한, 예뻐야만 입장할 수 있는 소위 입뺀(입장거부), 여성들의 무료입장 등의 클럽 문화는 이미 여성들의 대상화를 내재하고 있다. 클럽은 불특정 다수의 남성들이 여성의 의사를 전혀 물어보지 않고 허리를 감싸고 신체를 만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클럽은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는 물론 평소라면 상상할 수 없는 성추행과 성폭력이 허용되는 공간으로 인식되는 곳이다. 클럽은 그야말로 남성 중심의 강간문화가 자리 잡은 공간으로 작동해 온 셈이다.

여기에 자본과 공권력이 결합하면서 이는 더욱 강화되었다. 돈으로 갖은 성희롱과 추행, 소위 '물뽕'이라는 약물을 통한 성폭행까지 가능했다. 심지어 클럽 MD들은 돈을 많이 쓰는 VIP 손님이 마음에 드는 여성을 데리고 나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하니 클럽은 이미 성매매 업소와 다름없는 곳이라 할 수 있다. 문제가 생겨도 경찰과의 유착을 통해 무마되기 일쑤였다. 실제로 버닝썬이 영업을 시작하고 폐업하기 전까지 122건의 신고가 있었으나 이 중 현행범으로 체포된 사례는 고작 8건에 불과하다니 경찰과의 유착이 얼마나 끈끈했을지 짐작이 된다. 심지어 단속이 뜨면 돈만 찔러주면 된다는 승리의 조롱은 그래서 그리 놀랍지 않다.

정준영의 카톡으로 드러난 불법촬영 동영상 역시 집단을 통해 공고화된 강간문화를 여실히 보여준다. 정준영을 비롯한 다수의 남성 연예인들은 카톡을 통해 직접 찍은 불법촬영물을 지속해서 공유해왔다. 이런 행위는 집단 속에서 비난받는 것이 아니라 지지받았고 심지어 우상화되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이러한 불법행위는 더욱 강화되었고 어떤 죄책감도 가지지 않게 되었을 것이다. 그들은 자본과 유명인이라는 권력을 통해 이런 행위쯤이야 당연히 누릴 권리로 생각했을지 모른다. 자신들의 행위가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지난해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미투운동, 여성을 성적 유희를 위한 수단으로 도구화했던 장자연 사건이나 김학의 사건, 그리고 이번 버닝썬 사건으로 드러난 클럽 내 성폭력, 불법촬영 동영상 유포 사건은 모두 자본과 권력이 결합해 여성에 대한 폭력과 성적 대상화를 묵인해 온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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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를 통해, 용기를 낸 여성들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이었을 것이나 우리 사회 일상화된 성폭력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러나 어떤 집단은 여전히 그들만의 공간에서 여성을 대상화하고 일상적인 폭력을 가하면서 남성성을 확인해가고 있었다. 여성에 대한 폭력을 통해, 강간문화를 통해 확인받는 남성성이 아니라 폭력과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지닌, 타인에 대한 배려와 성평등을 토대로 한 남성성을 기대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요원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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