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발전만 우선인 사회 노동자 권리 인정은 뒷전
어플 기반 배달종사자 등
개인 자영업자로 분류돼
사회안전망 보호 못받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을 이용하는 '플랫폼 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정보통신(IT)을 기반으로 먹고사는 피고용 노동자와 자영업자 중간지대 디지털 특수형태노동자라 불린다. 대리운전·택시 호출이나 배달 어플 등이 노동 수요자와 공급자를 중개하는 형태가 늘면서 사업자 규모도 커졌지만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을 호소하고 있다. 플랫폼 노동자들의 요구, 그들에게 필요한 지원책은 어떤 것인지 살펴본다.

한국고용정보원과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은 2020년 미래 이슈 1위로 '플랫폼 노동 증가'를 꼽았다. 그러나 플랫폼 노동자들은 현행법상 자영업자로 분류돼 권리를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플랫폼노동연대는 지난 1월 30일 출범 선언식에서 '정당한 수수료', '안정된 고용', '정보기본권', '노동안전'을 핵심 의제로 내세웠다. 그만큼 플랫폼 노동자들은 안전하지 못하고 노동강도가 센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플랫폼 노동자를 법적 임금 노동자로 대우해야 한다는 판결도 나왔다.

지난 2015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승차 영업을 하는 우버와 같은 공유경제서비스 회사가 최저임금과 실업보험 등 권리를 노동자에게 보장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영국 상소법원은 지난해 우버 기사를 자영업자가 아닌 노동자로 보고 최저임금과 유급휴가 등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국내 사정은 여전히 개인자영업자 신분에 놓여 있다. 배달의 민족, 요기요 등 소비자주문 배달대행 어플 등을 이용해 일거리를 받는 배달 종사자도 특수노동자지만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등 대부분 플랫폼 노동자들은 노동조합 결성·가입, 고용·건강보험 등 4대 보험 적용 등 사회안전망 보호를 받지 못한다.

서울노동권익센터가 지난 2017년 발표한 '서울지역 음식배달 종사자 노동실태조사'를 보면 배달 노동자 30%가 40대였고, 주중 1일 평균 노동시간은 9.65시간으로 나타났다. 1개월 평균 임금은 212만 원이었다.

보고서는 배달어플 기반 배달종사에 대해 "호출건수에 따른 성과계약으로 장시간 근로와 속도·신호 위반 등 안전상 위험에 처했다"며 "상해·산재보험도 일부만 받아 사고가 발생하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배달 노동자들은 5월 1일 라이더유니온을 설립할 계획이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준비위원장은 "라이더 한 명의 배달이 회사 매출로 이어지는 만큼 사업자도 사회안전망에 대한 책임을 나눠서 져야 한다"고 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배달 중개업이 난립하면서 배달 기사들에게 위험을 전가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김 부소장은 "현재 가장 논쟁적인 플랫폼 노동자인 배달대행 기사를 노동자로 인정하는 정책적 터닝포인트가 필요하다. IT 기술 발전에 따른 다양한 플랫폼 시장이 형성될 수 있는 만큼, 노동법 규범이 플랫폼 노동자를 어느 만큼 포괄할 수 있을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은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른 새로운 일자리 유형과 정책적 대응을 위해 "노동법이 독립 자영업자를 둘러싼 불공정 계약을 규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장 부원장은 "노동자에 대한 노동법상 의무들을 피하고자 만들어진 '가짜 자영업자'의 발생을 막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그 자체로 자영업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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