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자동차 관세 부과 여부 촉각
중 반도체 경기 부진 가능성도

수출 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개방 경제인 한국으로선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다행히 한국은 지난해 수출 6000억달러를 달성하는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선방했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주요국의 수요감소에다 교역 위축까지 본격화하면 수출 전선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중국 영향 직접 받는 한국…올해가 더 걱정 = 반도체 호조 덕에 지난해 월간 수출은 11월까지 꾸준히 플러스 성장했으며, 대(對)중국 수출도 10월까지 증가세를 지속했다. 아울러 주력 수출품목인 석유화학제품의 가격 상승과 수출 다변화 전략 영향으로 사상 첫 6000억 달러 수출을 달성했다.

문제는 올해다. 작년 말부터 대중 수출을 시작으로 전체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성장세를 떠받친 반도체 경기는 올해 부진할 것으로 예상돼 완충 역할을 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했던 지난해 7월 보고서에서 미중 무역갈등으로 중국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한국 경제성장률은 0.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 때문에 한국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점차 어두워지고 있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이 한국 수출 하방 위험이 커졌다며 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 조정하고, 최근 국제 신용평가업체 무디스도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로 낮췄다. 이는 지난해 성장률(2.7%)보다 0.6%포인트 낮은 수준으로, 전망대로라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되는 셈이다.

◇선택 몰리면 진퇴양난…자동차 관세도 '촉각' = 날로 험악해지는 갈등 속에 한국이 실질적으로 위험한 처지에 몰렸다는 경고음도 나온다. 주요 시장인 미국과 중국의 보호무역으로 인해 경제성장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데다 미중 분쟁의 지정학적 위험도 다른 어떤 국가들보다 크기 때문이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1차 세계대전이 총, 2차 세계대전이 미사일이라면 3차는 무역이나 경제전쟁"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정치적으로 미국, 경제적으로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은 무역전쟁이 장기화한다면 매우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궁지에 몰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은 미국의 안보 우산 아래에 있으면서도 경제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인 만큼 우리 수출의 37%를 차지하는 양국이 벌이는 전쟁의 한가운데서 국익을 지켜나갈 현명한 전략적 경제외교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중국이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반도체 등 미국 제품 수입을 확대할 경우 전체 수출의 4분의 1을 중국에 수출하는 한국으로선 대중국 수출이 상대적인 불이익을 당할 소지도 있다. 특히 주요 동맹국을 타깃으로 삼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5월까지 수입 자동차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어서 국내 자동차 업계의 대미 수출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우려된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중 힘겨루기 속에 한국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안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주의는 우리 산업을 정조준하고 중국의 기술 굴기는 우리 기업들을 첫 희생양으로 삼는다"며 "그런데도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의 운명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걸고 경제의 사활은 중국에 맡겨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중 대결국면이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를 넘어서도 계속될 것이라며 위기 돌파를 위해 한국은 기술력을 앞세운 가치사슬의 핵심으로 위상을 키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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