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교민회장 호 위차라 씨
이주민센터서 주말 재능기부
"기술 살려 미용실 여는 게 꿈"

캄보디아 이주노동자가 동료들을 위해 이발가위를 잡았다. 호 위차라(37) 캄보디아 경남 교민회장이 창원시 의창구 팔룡동 경남이주민센터 4층에 마련된 미용실에서 지난달 무료 미용봉사를 시작했다.

호 위차라 회장은 주 6일간 하루 10시간씩 의창구 한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다.

일요일 오전엔 센터 한글교실에서 한국어 공부도 하고 있다. 일요일 오후는 온전한 휴식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인데 미용봉사자로 나섰다.

그는 한국사회에서 받은 사랑, 그리고 이주노동자도 한국사회에서 긍정적인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미용실에서 일요일 오후 3시간씩 자원봉사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 호 위차라 캄보디아 경남 교민회장이 17일 오후 창원시 의창구 경남이주민센터 4층에 마련한 미용실에서 미용봉사를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호 위차라 회장은 한국에서 지난 6년간 살아오면서 이발 가위를 놓지 않았다. 공장 한편에 간이미용실을 만들어 동고동락하는 이주노동자 이발담당을 3년째 맡아오고 있고, 한국인 동료들 머리도 이발해왔다.

그는 "캄보디아에서 가업으로 아버지, 형님과 함께 10년간 미용사로 일했다. 6년 전 한국에 왔는데 한국사회에서 받은 따뜻한 배려에 보답하고 싶었다"면서 "교민회장이 된 뒤 센터 내 미용실이 있는 것을 알았고 내 재능으로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어 봉사활동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매주 주야 맞교대를 하면서 피곤할텐데 호 위치라 회장은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고 했다. 그는 "일요일 오후 짧은 시간에 이주노동자 머리를 자르고 있다. 가위를 잡고 머리를 다듬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쁘다. 이발 비용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돈을 벌고자 타국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즐겁다"고 했다.

호 위차라 회장은 한국에서 미용실을 차리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그는 "고용허가제(E-9) 비자가 만료되면 캄보디아를 갔다 한국으로 오곤 한다. 캄보디아 가족이 보고 싶지만 내 최종 꿈은 한국에 미용실을 차리는 것이다. 쉽지 않은 꿈이지만 캄보디아 출신 헤어디자이너로 한국에서 자리를 잡고 싶다"고 했다.

그는 또 "비자 갱신이 수월해진다면 이주노동자 문제나 인식 개선에도 좋은 작용을 할 것으로 본다. 200만 명이 넘는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정책 개선에도 한국정부가 힘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미용실에서 이발한 쇼진도(42·중국) 씨는 "마음에 든다. 지난주 친구가 여기서 머리를 다듬었는데 깔끔해서 조언을 받고 왔다. 앞으로 이곳에서 머리를 다듬을 것 같다"며 웃었다.

호 위치라 교민회장이 미용봉사를 하면서 필리핀 교민회와 베트남 교민회도 각각 미용봉사, 네일아트 봉사를 함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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