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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칼럼] 부분과 전체의 조화

전문분야 연구도 전체 통찰력 중요
'조화'빚어내는 정부 정책 기대한다

오세현 전 경남과학고등학교 교장 webmaster@idomin.com 2019년 03월 15일 금요일

독일의 물리학자 하이젠베르크(Werner Heisenberg)는 <부분과 전체(Der Teil Und Das Ganze, 영문 제목 The part and the whole)>라는 자서전을 남겼다. 그는 20대에 행렬역학과 불확정성원리를 발견하는 등 20세기를 물리학의 세기로 이끈 주역이자 사상가로 평가받고 있는 인물이다.

이 책에서 눈여겨볼 장면은 크게 두 가지다. 그 하나는 수소원자의 선 스펙트럼을 완벽하게 설명해 냄으로써 양자역학을 발견한 날 새벽, 그 감동의 순간을 묘사한 기록이요, 또 하나는 원자폭탄이 일본에 투하된 사실을 알았을 때, 나치독일 치하에 남아 비록 실패하기는 했었지만, 원자폭탄 개발에 참여했던 한 물리학자로서 고뇌하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는 과학자로서 자신이 경험한 천국과 지옥의 다양한 일화를 부분과 전체라고 하는 모티프(motif)로 엮어내었다.

이 책의 부제가 '내 생애에 있어서 위대한 만남과 대화'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하이젠베르크는 아인슈타인, 보어, 파울리, 디락 등 20세기를 대표하는 물리학자들과 교류했다. 또, 조머펠트(Sommerfeld)로부터 물리학을 배우기 시작하여 보른(Born)에게서는 수학을, 그리고 이들 전체를 철학적으로 생각하고 아우르는 시각을 보어(Bohr)에게서 배웠다.

그가 이렇게 많은 물리학자와 대화를 나누면서 다양한 분야를 섭렵한 결과 이룬 전체상이 바로 양자역학이라는 새로운 역학체계였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물리학 발전을 위해서는 아무리 부분적인 영역일지라도 전력을 다해 연구해야겠지만, 무엇보다 전체를 부감할 수 있는 통찰력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즉, 부분을 위한 부분의 연구에 그칠 것이 아니라 전체를 위한 부분을 연구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다.

작년 9월, <민화>라는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된 원로 미술사학자 강우방 선생과는 요즘 마음을 터놓고 교류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는 팔순에 가까운 연세임에도 불구하고 그야말로 노익장을 과시 중이다.

최근에는 일본 교토국립박물관에서 한국과 일본의 대표적인 불화인 고려 수월관음도와 코지마 만다라를 그가 주창한 '영기화생론'으로 새롭게 해석한 성과를 강연하고 왔단다.

그 직후 그와 나눈 대화의 키워드가 바로 부분과 전체였다.

그는 학자들이 은퇴하고 나면 대부분 자기 전문분야에서 손을 떼고 마는 현실이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며 아쉬워한다. 이런 현상은 세계적인 추세이기는 하지만, 데카르트(Rene Descartes) 이후, 학문이 요소환원주의(Reductionism), 즉, 분석과 분할규칙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평생을 특정 부분에서만 연구에 몰두하다 보니 전체를 파악하는 시스템적인 사고(Systems thinking)가 부족하여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게 된 것이 그 원인이 아닐까 하는 지적을 했다.

얼마 전 대법원에서 육체노동자의 '노동 가동연한'을 65세로 상향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려 화제다. 오랜 경륜을 살려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은 은퇴자 처지에서는 희망적인 판결이 아닐 수 없다.

"할일이 없다고 산이나 가고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험악한 댓글만 달지 말고 새로운 기회를 찾아라"는 생뚱맞은 질책에도 당당해지려면 은퇴자들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워낙 청년 실업자들이 넘치다 보니 일자리는 물론 재교육 프로그램에서도 뒷전으로 밀리는 것이 현실이다.

필자도 전자출판 디자인 기술을 배워 번역 출판가로 변신해 보려고 전문기술과정에 도전했으나 그 문턱을 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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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모든 세대에 걸쳐서 부분과 전체가 조화를 이루는 정책들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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