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진단, 각계의견 수렴해 논의
5개조항 삭제·신설…34건 수정
반대 측 "겉모양만 바꾼 수준"

경남도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안을 대폭 수정해서 발표했다. 지난해 9월 조례안을 내놓은 지 6개월 만이다.

도교육청은 학생인권과 교권을 고려해 34건을 수정하고, 5개 조항을 신설, 5개 조항을 삭제한 수정안을 14일 공개했다. 앞서 담당부서, 교원, 대학교수, 법률전문가, 시민단체 대표, 교육전문직 등이 참여한 추진단(단장 허인수 도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장)은 12차례에 걸쳐 협의를 했다.

추진단은 조례안 입법예고 후 2월까지 9500여 건을 수렴했다. 학교·교장은 7조(사상, 양심, 종교의 자유), 8조(표현과 집회의 자유), 10조(사생활과 개인정보의 보호), 11조(정보접근권)에 대한 의견을 많이 냈다. 도민은 7·8조, 16조(차별의 금지), 17조(성인권교육)에 관심이 많았다.

교육청은 우선 학교, 교장 등의 의견을 반영해 7조 '학교는 학생에게 반성문, 서약서, 지문날인 등을 강요해서는 아니 된다'에 '사실확인서, 회복적 성찰문 등 상황에 맞는 대안적 지도 방법을 강구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8조에 학생의 표현과 집회 자유에 대한 권리와 더불어 책임을 위해 '비폭력·평화적'이어야 하고, 타인 인권 침해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또 10조 사생활과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소지품 검사를 금지한 조항도 '필요시 검사'를 할 수 있는 길을 터놨다. 원안은 '교직원은 학생의 동의 없이 학생의 소지품을 검사해서는 아니 된다'였지만 수정안에 '공공의 안전과 건강이 관련된 경우 학생의 소지품은 사생활이 보호되는 곳에서 검사할 수 있다'고 추가됐다. 11조는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 소지를 금지하지 않도록 했었지만, '교육활동을 방해하거나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로 바뀌었다.

특히 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를 반대한 단체들이 크게 반발한 17조 '성인권 교육'을 '성인지 교육'으로 수정했다. 또 '성평등'이라는 단어를 삭제하고, '성 주류화 조치'를 위해 노력한다는 문구를 넣었다. 그러나 16조에서 '성 정체성',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은 오랜 기간 사용된 개념이라는 이유로 유지하는 쪽으로 잡혔다.

동아리 활동 보장을 담은 20조(학생 자치와 참여의 보장)는 수정됐다. '인권과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한 경우는 그 등록을 취소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고, 학생 인권과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학교인권보장협의회와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을 빼고 '설치할 수 있다'는 쪽으로 수정됐다.

추진단은 학교 부담을 고려해 이같이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학교 현장의 혼란을 이유로 '학생회 담당 교사 추천 권리', '생리 고통으로 결석이나 수업 불참 시 불이익 받지 않을 권리'도 삭제했다.

허인수 추진단장은 "학생 자신의 인권과 권리 인식, 다른 학생의 인권과 권리 존중, 교원의 수업권 침해 방지라는 기본 원칙을 지키고자 했다"며 "학교와 도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수정안에 대폭 반영했다. 교권과 학생인권이 존중되는 학교풍토를 만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도교육청은 수정안을 교육청 내 법제심의위원회 검토를 거쳐 4월 말 경남도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학생인권조례 반대 단체는 '수정안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나쁜학생인권조례 제정반대 경남도민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그동안 제정해서는 안 되는 근본적 문제에 대한 방향성은 바뀌지 않고 병 주고 약 주는 식이다. 겉모양만 바꾸는 수준이다. 추진 중단 외에 답이 없다"고 했다. 반대 단체는 이날 오후 도의회, 도청, 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찬성 측은 답변을 유보했다.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 측 관계자는 "15일 대표자 회의를 소집해 수정안에 대한 의견을 모아 18일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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