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에 완전히 달라진 학교 풍경
교실부터 체육관까지 공기정화장치 설치…실내 놀이활동 강화

건강에 치명적인 미세먼지에 대한 공포가 어느 때보다 높다. 특히 약자인 어린 학생일수록 그 걱정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미세먼지는 등하굣길, 교실, 놀이 풍경도 바꿔놓고 있다. 학교는 어떻게 미세먼지에 대응하는지를 살펴보고자 김해 진영중앙초등학교를 찾았다. 지난 2015년 개교한 이 학교는 이달부터 교실에 공기정화장치를 사용하고, 체육관에도 기계식 환기장치를 설치해 미세먼지에 대응하고 있다.

▲ 마스크를 끼고 등교하는 학생.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지난 12일 오전 8시 30분 김해 진영중앙초교 앞. 아이들이 우르르 교문을 들어섰다. 모처럼 하늘은 푸르렀다. 이날 환경부 대기환경 정보사이트 에어코리아는 김해지역 초미세먼지 농도를 '보통'으로 측정했다. 재잘재잘 이야기를 하며 학교로 들어서는 아이들 얼굴이 환했다. 그러나 등굣길 풍경은 이미 달라져 있었다. 많은 아이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부모 손을 잡고 부모와 함께 마스크를 쓴 학생도 더러 있었다. 학부모들은 미세먼지 때문에 아이에게 마스크를 씌웠다고 했다. 갑갑해서 마스크를 벗으려는 아이와 씌우려는 부모가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현관에 들어서자 신호등이 하나 나타났다. 미세먼지 농도를 신호등 색깔로 나타내주는 '미세먼지 신호등'이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76㎍/㎥ 이상)'이면 빨간색, '나쁨(36∼75㎍/㎥)'이면 노란색, '보통(16∼35㎍/㎥)'이면 녹색, '좋음(0∼15㎍/㎥)'이면 파란색을 보여준다.

학생들은 눈을 반짝이며 신호등을 쳐다보고 들어갔다. 신호등 위에 부착된 간이 측정기는 예민하게 반응했다. 현관 앞에 아이들이 몰려들자 초미세먼지 농도 수치가 최대 36㎍/㎥을 나타냈다. 신호등 색깔은 초미세먼지 농도가 '보통'인 녹색과 '나쁨'인 노란색을 오갔다.

▲ 김해시 진영읍 진영중앙초등학교 교실 한편에 손 소독제·마스크 등 미세먼지 관련용품이 놓여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교실에는 천장마다 공기청정기가 설치돼 있었다. 겨울방학에 공사를 해서 천장 냉난방 시설에 공기청정 기능을 더했다. 미세먼지 농도가 나쁘면, 공기청정 기능을 작동한다. 교실 입구에는 손 소독제와 함께 마스크가 비치돼 있었다.

이명옥 3학년 4반 담임 교사는 "미세먼지 농도가 짙지 않으면 아침, 저녁으로 공기 순환을 위해 환기를 한다. 교실에 먼지가 많이 나지 않게 물걸레로 자주 닦는다. 또, 아이들이 밖에 나갈 때 미세먼지가 걱정돼서 반마다 마스크를 비치해 뒀다. 필요한 학생들이 쓸 수 있게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실과 연결된 체육관에도 기계식 환기장치가 설치돼 있었다. 실내 공기질 상태를 체육관 모니터로 보여주고, 높은 창에는 필터가 부착됐다. 필터는 실외 미세먼지를 걸러낸 공기를 실내로 들여보내고, 실내 나쁜 공기를 배출한다. 진영중앙초교는 올해 체육관 공기순환형 공기정화장치 설치 시범사업 학교 11곳 중 한 곳이다. 체육관에서 학생들이 줄넘기도 하고, 체육 수업을 한다.

미세먼지와 관련한 학교 대응은 보건교사가 담당하고 있다. 보건교사는 미세먼지 농도가 짙으면 교사에게 대비할 수 있게 메시지를 보내고, 학생들에게 안내방송을 하고 있다.

▲ 김해시 진영읍 진영중앙초등학교 체육관에 설치한 공기순환장치.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교장은 미세먼지 탓에 학생 놀이 형태도 바뀌었다고 했다. 고홍기 교장은 "작년 한 해 동안 미세먼지 농도가 좋지 않았다. 학교도 사방이 도로로 둘러싸여 있다. 여기에다 인근에 아파트 주민들이 대거 입주하면서 학교 증축 공사, 운동장 아래 지하 주차장 공사를 진행하면서 학생들 실내 활동이 강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 놀이도 퍼즐 맞추기, 윷놀이 도구 등으로 교실, 복도, 체육관 등 실내에서 하는 형태가 익숙해졌다"고 했다.

이날 학교는 1년여 만에 운동장에서 체육수업을 진행했다. 5학년 학생들은 50미터 달리기를 했다. 박현도 학생은 "정말 오랜만에 운동장에서 체육수업을 한다. 매우 상쾌하다. 아주 좋다. 매일 밖에서 이렇게 마음껏 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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