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동진노인복지센터
어울림콘서트에 웃음 활짝

지난 12일 오후 2시가 가까울 무렵, 창원시 의창구 동진노인복지센터 1층에 할아버지·할머니들이 옹기종기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날은 오랜만에 복지센터가 시끌벅적, 잔치분위기다. 프로젝트공연만들기가 마련한 '어울림콘서트' 덕분이다.

사회는 가수 이경민 씨가 맡았다. 어르신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재치있는 말솜씨가 돋보였다.

첫 무대는 전통예술원 '마루'의 흥겨운 사물놀이. 단원들이 장구·북·징·꽹과리를 신들린 듯 연주했고 관객은 박수로 화답했다. 이어 이경민 씨와 기타리스트 이정수 씨의 합동무대 '봄날은 온다'가 펼쳐졌다.

이경민 씨가 "기타소리 오랜만에 들으시죠? 잘생긴 사람이 노래까지 잘 부르니까 좋으시죠?" 하자 맨 앞줄에 앉아있던 할머니가 "총각 맞아요?" 하고 묻는다. 주위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온다.

무대는 철저히 70~90대 관객 연령대에 맞췄다. '19살 순정', '내 나이가 어때서', '노란샤스 사나이'. 흥겨움은 배가됐다.

▲ 12일 창원시 의창구 동진노인복지센터에서 어울림콘서트가 열렸다. 동요 부르는 어른모임 '철부지&여고시절'이 '고마운 큰딸'을 부르고 있다. /김민지 기자
특히 어르신의 눈을 크게 뜨게 한 공연은 톱 연주가 진효근 씨 무대였다.

사회자가 "연주자가 무시무시한 '톱'을 가져 나왔습니다. 연주도 우리 팀에서 '톱'이에요"라고 소개했다. 그러자 한 할머니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신기한 듯 쳐다본다. 관객은 진효근 씨의 '섬집 아기', '동백아가씨'에 맞춰 희미한 목소리로 가사를 읊조린다.

할아버지·할머니의 사연이 노래로 탄생하기도 했다.

동요를 부르는 어른 모임 '철부지&여고시절'을 이끄는 고승하 씨가 사연을 듣고 곡 '고마운 큰딸'을 만들었다. '어린 나이에 시집을 와서 안 해 본 일 없고 속만 썩이다 일찍 세상을 떠난 남편 대신 일했네. 나의 큰딸아 너의 덕분에 너의 희생 덕분에 우리 가족 살았단다 고마워 나의 보물아.'

마지막은 노래 '아모르 파티'가 장식했다. 한 분 두 분 무대 앞으로 나와 출연진과 하나가 됐다. 다이아몬드 스텝을 밟으시는 할아버지, 좌우 팔을 휘저으며 춤을 추시는 할머니. 거동이 힘들어 의자에 앉아 박수치는 어르신이 말한다. "늙으면 웃을 일이 별로 없어. 오랜만에 이렇게 웃으니 기분이 좋아." 이날 그들 마음은 이미 봄으로 물들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