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4년마다 한 번씩 치러지는 전국 동시 조합장선거가 있었다. 이번에는 전국 농협 1113곳과 수협 90곳, 산림조합 140곳까지 모두 1343곳에서 조합장을 뽑았다. 또한, 전체 유권자 수는 267만 명으로 조합 1곳당 2000여 명꼴이다.

협동조합이라는 조직형태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조합장선거는 흔히들 '풀뿌리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면, 유권자인 조합원이 조합장후보들이 내건 공약에 관심을 갖고 투표로 제대로 하는 훈련을 지속적으로 한다면 민주주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각종 회의구조에서 이루어지는 민주적 의사결정과정 자체는 민주주의 제도를 생생하게 체험하는 기회이자 훌륭한 교육공간이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현실의 조합장선거는 온갖 잡음과 부정이 만연해 보는 이들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한다. 올해의 조합장선거에서도 역시 부정선거 고발이 100건 이상을 차지할 만큼 구시대적인 금품선거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조합장 선거가 '돈 선거'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다. 먼저 무엇보다 조합장의 금전적 처우가 대기업 임원에 못잖고, 다른 선출직 공무원들과 비교하여 조합장들은 실질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조합장들이 명예직이나 허수아비와 같은 존재가 아니라 지역발전을 위해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조합장들은 다른 공직선거와 달리 아주 작은 유권자 규모에서 선출된다. 조합장선거에서는 선거출마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조합원들을 일대일로 만나 금품제공을 통한 매표행위를 할 수 있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지역사회에서 조합장 선거를 '인생 이모작'을 위한 '고위험 투자'처럼 여기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는 점이다.

조합장선거에서 공적인 명분이나 가치보다 지극히 사적인 이해관계를 더 추종하는 건 분명 문제다. 나만 이익을 보면 그만이라는 얄팍한 계산놀음은 지역사회가 앞으로 진전하는 걸 방해하면서 결국엔 시대와 역사에 퇴행하게 만든다. 우리 농업과 어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건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거대국가들의 압력과 압박 때문만이 아니라 현재 몸을 담고 있는 당사자들의 책임도 분명히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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