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의거 '박제화'…과거에 머무른 수동적 계승 벗어나야
백일장·마라톤·바둑대회 해마다 신선함 없이 반복
기념 연극·공연·음악제 시민 참여보다 관람 위주
대구 2·28사업회 젊은 감각
열린무대서 학생·주민 공연 인문 강좌 등 연중 이어져

3·15의거는 1960년 3월 15일 이승만 독재정권의 부정선거에 맞서 마산에서 일어난 민주화운동이다. 특히 59년 전 학생들도 의거의 중심에 섰다. 3·15의거기념사업회는 의거정신을 계승·발전시키고자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여기서 질문. 3·15의거 정신은 잘 계승되고 있을까. 3·15의거에 앞서 일어선 대구 2·28민주운동 기념사업을 통해 3·15의거 기념사업을 짚어봤다.

▲ 지난달 28일 열린 대구 2·28민주운동 거리 재현에 나선 학생들 모습.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

◇춤추고 노래하며 2·28민주운동 기려 = 2018년 11월 28일 오후 6시 30분 2·28민주운동 기념무대. 대구도시철도 1호선 명덕역에 설치된 무대에 성서고등학교 탭댄스 동아리 단원 7명이 올랐다.

3호선과의 환승역이기도 한 명덕역은 퇴근시간대와 맞물려 사람들로 붐볐다. 맨해튼 트랜스퍼(Manhattan Transfer)의 '트리클 트리클(Trickle Trickle)'이 흘러나오자 청소년들은 탭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시민은 가던 길을 멈추고 공연을 감상했다.

▲ 지난해 11월 28일 오후 대구 명덕역 2·28민주운동 기념무대에서 열린 성서고교 탭댄스 동아리 공연 장면.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

명덕역에 이 기념무대가 설치된 건 2015년 4월이었다. 사단법인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는 2·28민주운동 정신을 계승·발전하고자 무대를 마련했다.

아마추어 동아리, 포크가수 등이 해왔던 공연에 지난해부터 사업회가 주최·주관한 행사가 더해졌다.

사업회가 연 행사만 30차례. 이 중 고교생 공연은 12회, 대학생 공연은 8회에 이른다. 성서고교 탭댄스 동아리 공연은 그중 하나다.

2·28민주운동은 1960년 2월 28일 당시 자유당 정권의 독재·부정부패에 항거해 대구지역 8개 고등학교 학생들이 주도한 의거다. 2·28민주운동이 일어난 지 59년이 흘렀지만 학생들은 춤추고 노래하며 민주운동을 기리고 있다.

성서고교 탭댄스 동아리 단원 김규리(3학년) 학생은 "공연 시작 전 2·28민주운동기념회관에서 영상 등을 보면서 2·28민주운동에 대해 더 잘 알게 됐다"며 "단순히 즐긴다는 마음보다는 민주운동 참가자들에 대해 감사하고 기린다는 생각으로 공연을 했다"고 말했다.

◇"시민 참여에 중점 두고 기념사업" = 2·28기념사업회는 지난해부터 시민참여 행사를 더 늘렸다. 국가기념일로 지정되고서부터 민주운동 관심도가 높아진 덕도 있다. 고교 동아리, 대학생 공연은 그중 하나다. 사업회는 참가 신청을 받아 연중 계획을 짜고 지원한다. 올해도 내달부터 명덕역에서 공연을 볼 수 있다.

2·28민주운동 기념식이 끝난 후 재현하는 행사도 색다르다. 올해 학생을 포함해 시민 1000여 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횃불을 밝혀라, 동방의 빛들아!'가 새겨진 펼침막을 앞세우고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2·28기념중앙공원까지 1.3㎞ 거리를 행진했다.

사업회는 역사체험학습, 민주주의 현장체험을 비롯한 민주시민 아카데미, 2·28인문학 강좌 등 다양한 연령대와 계층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펼치고 있다. 고교마라톤대회, 전국 학생 글짓기 공모전 등 다양했다.

백재호 2·28기념사업회 기획홍보국장은 "기념식 때도 축사 등은 최소화하고 시민이 참여하는 재현 행사는 최대화했다"며 "시민 참여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모든 기념사업회에서 지향해야 할 점"이라고 말했다.

▲ 지난달 28일 열린 2·28민주운동 민주의 횃불 점화식 모습.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

◇"사업 수준 높여야 참여율 높아져" = 3·15의거기념사업회도 의거 정신을 계승·발전하고자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 대부분 행사 참여자가 '수동적 존재'에 머문다. 기념사업회가 역점을 둔 연극 <너의 역사>를 포함해 창원시립무용단 공연 '소리없는 함성'과 음악제 경우 관객은 무대만 바라봐야 한다.

참여 행사도 있다. 백일장·마라톤대회·바둑대회, 그리고 청소년 문화제와 영상제(UCC 공모전) 등이다. 오랜 기간 이어져온 이들 행사만으로 충분할까. 새로울 게 없는, 매년 반복된 행사는 올해도 똑같이 열린다. 이마저도 1년 중 단 하루만 열리는 행사가 대부분이다.

백재호 2·28기념사업회 국장은 "콘텐츠가 부실하거나 내용이 없는 행사를 하면 참여율이 떨어진다. 시민과 접점을 찾기 쉽지 않다"며 "기존 진행하던 사업의 수준을 높여나가야 시민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참여율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