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대·이중포장 상술 여전
상품 묶음 판매 '규제 밖'
"생산단계서부터 줄여야"

"사탕·초콜릿을 먹으려면 포장지를 4번 뜯어야 해요. 쓰레기가 더 많이 나와요."

14일 화이트데이를 앞두고 편의점과 마트는 앞다퉈 크고 화려한 사탕·초콜릿 묶음 상품을 팔고 있다. 지난해 환경부가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한 이후 비닐·플라스틱·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했지만 '화이트데이 특수'를 앞두고 진열대에는 과대포장한 상품들이 한가득이다.

중학생 아들을 둔 정미숙(43·김해 진영읍) 씨는 "아들이 12일부터 사탕 상자나 바구니를 여러 개 받아왔다. 초콜릿을 하나 꺼내 먹으려면 바구니 전체를 싼 비닐 포장을 뜯고, 초콜릿 4개가 든 비닐봉지를 뜯어 개별 초콜릿을 싼 종이포장과 은박지를 뜯어야 한다. 쓰레기가 어마어마하다"고 말했다. 정 씨는 "아파트에서 분리 배출도 엄격히 해 결국 바구니까지 해체해 소각용 봉투에 넣어 버렸다. 과대포장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편의점 진열대 앞에서 사탕을 고르던 박모(27·창원시 팔룡동) 씨는 "가격 대비 실제 사탕이나 초콜릿 수가 너무 적다. 인형이 든 큰 바구니를 받으면 여자친구도 당장 기분은 좋지만 결국 모두 버린다고 했다. 부풀려 포장해 비싸게 받으려는 속셈이 보여 선뜻 결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14일 화이트데이를 앞두고 편의점과 마트에서는 앞다퉈 크고 화려한 초콜릿·사탕 묶음을 팔고 있다. /이혜영 기자

지난 1월 환경부는 불필요한 이중포장 방지, 과대포장 규제 대상 확대, 제품 대비 지나친 포장 방지를 위해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등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하반기부터 개정안이 시행되면, 제조사나 유통업체는 제품 판촉을 위해 불필요하게 이중 포장을 할 수 없다. 선물세트·종합제품류 등의 과대포장을 줄이고자 완충·고정재 사용 제품 기준도 강화된다.

하지만 화이트데이 진열대 상품처럼 여러 개 제품을 묶어 재포장하는 것은 규제대상이 아니다.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는 "기존 초콜릿 제품을 한 번 더 포장 판매하면 규제대상이지만, 인형 등 다른 제품들을 묶어 포장하는 것은 종합선물세트 개념으로 규제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포장 기준을 위반해 제품을 제조·수입하면 최대 300만 원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4겹 포장지로 덧씌운 초콜릿 판매는 규제할 방법이 없다. 판촉을 위한 과대포장이 소비자 불편뿐만 아니라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고 있다.

환경단체는 포장재들을 제조·소비 단계에서부터 원천적으로 사용을 줄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기업은 제품을 생산할 때부터 포장재 사용을 줄이고, 소비자도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정진영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내 손에서 떠나는 쓰레기가 어떻게 처리되고, 돌아오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현 정책은 생산된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를 고민하고 있다. 결국 소각장 증설 논의로 이어진다. 생산 단계에서부터 쓰레기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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