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결과
경남지역 투표율 83.8%
선거운동 폭 확대 등
정부, 제도개선 계획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에서 경남지역 당선자 172명이 확정됐다.

사실상 협동조합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분위기 속에서 이들 당선자는 '협동조합의 근본'을 일깨워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안게 됐다.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13일 일제히 치러졌다. 도내에서는 조합장 172명(농축협 136명, 수협 18명, 산림조합 18명)이 선출됐다. 현직 조합장 출마자는 118명이었는데, 백승조(57) 남창원농협 후보가 5선 고지를 밟았고, 조대권(72) 창녕 영산농협 후보는 6선 달성에 실패했다.

무투표 당선자는 모두 32명(단독 출마 28명, 경쟁 후보 중도 사퇴 등 4명)으로, 4년 전 27명보다 많았다. 의령은 4곳 가운데 3곳이 무투표 당선이었다.

선거를 끝냈지만, 협동조합은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조합 근본 취지를 돌아보고 되살려야 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김성만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의장은 "농협은 농민 조합원을 위해 존재한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사업을 가장 중심에 둬야 한다. 즉, 농자재를 싼 가격에 제공하고, 농산물을 제값에 팔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역할"이라며 "하지만 조합장들은 이러한 근본 역할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 아니,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것 같다"고 했다. 각 조합이 금융 관련 '신용사업'에 치중하며 '수익 창출'에만 눈 돌리는 분위기를 꼬집은 것이다.

김 의장은 "조합원들 또한 흑자 나면 손뼉 치고, 적자 나면 야유를 보낼 게 아니다. 조합장이 기본적으로 경제사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함께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경남 도내 172명 조합장이 선출됐다. 13일 오후 창원시마산합포구선관위 개표장에서 이재덕 위원장이 당선자들에게 당선증을 주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진전농협 이인규·구산농협 김강철·마산수협 최기철·마산시농협 박상진 당선자, 이재덕 창원시마산합포구선관위원장, 창원서부수협 이진용·진동농협 서정태·진북농협 오희석·패류살포양식수협 김홍곤 당선자.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농협 개혁에 앞장서 온 김순재 전 동읍농협 조합장도 "협동조합이 돈 장사를 하다 엄청난 맛을 알았다. 그러니 기본적인 것을 게을리하고 있다"며 "진정 조합원들을 위한 일을 찾으면 너무나도 많다. 조합장들이 그 고민을 다시 처음부터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선거는 4년 전과 비교하면 불법·부정이 줄었다. 하지만 '금품선거' 오명을 벗을 정도는 아니었다. 후보자·조합원 모두 정책·공약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도 아니었다. 후보자 연설·토론회 허용 등 '선거운동 폭 확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정부도 이러한 분위기에 공감하며 이번 선거 과정을 평가해 제도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과도한 선거운동 제한 등 현행 위탁선거법에서 드러난 문제점에 대해 국회·선관위 등과 협의해 조속히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또한 선거 비위행위 방지를 위해 관련 법도 정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선거 경남 투표율은 83.8%로 나타났다. 이는 4년 전 선거 때 82.6%보다 높은 수치다. 특히 경남은 전국 평균 80.7%를 웃돌았고, 전국 17개 광역 시·도 가운데 대구(85.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투표율이었다.

도내 농협·수협·산림조합별로 보면, 농협이 선거인 21만 989명 가운데 17만 8600여 명이 참여해 투표율 84.7%를 나타냈다. 수협·산림조합은 각각 86%, 74.6%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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