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운동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맞은 지난해 세계여성의날 경남여성대회는 성토장이었다. 이 여자 저 여자에게 성폭력을 일삼은 72세 아버지를 고발하고, 교육 현장에 만연한 성 불평등과 성희롱 비판이 이어졌다. 미투운동은 성범죄 사건이 개인 간 문제가 아닌 권력과 위계 관계에 기인했다는 경각심을 일깨웠고, 권력자들을 심판대에 세워 처벌했다. 하지만, 입증 가능한 '완벽한 피해자'가 아닌 이상 진실공방으로 이어지거나 공소시효 만료·공소권 없음으로 종료된 사건도 허다하다.

지난 9일 열린 경남여성대회에서는 '미투, 그 이후' 이야기가 나왔다. 지난해 스쿨 미투를 폭로한 한 활동가는 가해자 찾기에 급급한 미투운동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좋아한 사이 아니었느냐'는 삐딱한 시선과 '미투에 책임질 수 있느냐'는 압박을 견뎌야 했다"고도 했다. 지난 5일 이윤택 연출가의 성폭력을 폭로한 피해자들과 공동변호인단이 '미투 그 이후, 피해자가 말하다' 기자회견을 서울서 열었다. 피해자들은 "주변인들로부터 '참으라', '너도 책임 있다'라는 말 때문에 침묵을 강요당하고 어렵게 신고를 하면 '왜 인제 와서 신고했느냐', '왜 거부하지 않았느냐'고 질문하는 수사·사법기관의 의심에 또다시 좌절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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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운동이 나아가려면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들이 한목소리로 외치는 것이 무엇인지 집중해야 한다. 왜 1년 전, 10년 전, 20년 전 이야기를 꺼내 고통받는 것일까? 그들은 '고통의 고리를 끊어내고자 하는 것'이라고, 세간의 눈빛과 권력의 힘에 눌려 숨어있는 동안 가해자들은 승승장구하며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어왔고 이를 더는 지켜볼 수 없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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