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지도부는 선거제도 개혁안을 국회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기로 합의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거센 반발을 하고 있다. 게다가 함께했던 바른미래당이 12일 의원총회에서 부정적 목소리를 내면서 사안은 진통을 겪게 됐다.

국회에서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된 법안은 최대 330일이 지나면 상임위원회 의결을 거치지 않아도 본회의에 자동 상정될 수 있다. 약 1년이나 걸리는데 무슨 패스트트랙이냐는 비웃음도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이 현행 국회법 절차 안에서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유일한 출구이다. 특히 제1야당이 반대 주장을 분명히 하면 상임위 심의·통과라는 적법한 절차를 거치면서 제대로 된 법률개정이나 제도개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소수 특정 사안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의 법률개정안은 국회 법사위에 계류되어 잠자고 있는 게 현실이다. 대표적 개혁입법인 공직자비리수사처법, 검경수사권 조정과 사법개혁을 위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그리고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같은 법률의 국회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물론 기득권층의 이익을 대변하면서 개혁입법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을 나쁘다거나 잘못되었다고 일방적으로 폄훼할 순 없다. 그러나 이런 개혁입법이 우리 사회 발전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게 된 배경이나 이유마저도 부정하는 건 정말 곤란하다. 자신의 이해관계나 입장과 다르다고 해서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는 타협과 합의라는 의회주의 정신 역시 부정하는 셈이다.

정치발전이 제대로 되어야 나라가 제대로 선다는 말은 이미 오래된 경구이다. 또한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이유는 선거제도의 낙후성 때문이라는 말도 오래전부터 하여 왔다. 현행 선거제도는 유권자들이 행사하는 표의 등가성이라는 민주주의 원칙마저 지키지 못하는 잘못된 제도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어떻게 시행할지에 대한 합의도 물론 소중하지만, 지역주의와 승자독식이라는 구시대적인 정치관행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국회가 먼저 조금씩 양보해서 최선의 안을 만들어 달라는 시민들의 요구를 절대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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