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 목소리' 낚시 일부러 문 군인, 왜?
만나자 유인해 진해경찰서 신고
사기 당한 여성 보험금도 찾아

진해 한 해군 부사관이 보이스피싱(전화사기) 조직원을 유인해 검거를 돕고, 다른 사람이 사기당한 9000만 원을 지켜냈다.

해군 진해기지사령부 항만방어전대 소속 김동욱(36·사진) 중사는 지난달 8일 대출 상품을 권유하는 전화를 받았다. 전화기 너머에서 '통장 입·출금 실적을 높이면 소득으로 인정돼 높은 한도로 대출할 수 있다. 고객님 통장으로 우리가 입금하면 인출해서 다시 돌려주기만 하면 된다'고 권했다. 김 중사는 즉시 보이스피싱이라고 낌새를 챘다. 다른 피해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생각에 보이스피싱 조직원을 붙잡고자 협조하는 척했다. 김 중사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오늘이 금요일이니 은행 업무가 어렵다. 월요일에 연락하자"고 했다.

김 중사는 11일 통장사본과 신분증 등 개인 인적사항을 전달하고 다음 날 상대를 만나기로 했다. 그리고 이튿날 진해경찰서에 신고했고, 잠복한 경찰은 김 중사와 만나려던 보이스피싱 조직원을 붙잡았다. 이날 김 중사 통장에 들어온 9000만 원은 남편과 사별한 한 여성의 보험금이었다.

▲ 해군 진해기지사령부 항만방어전대 소속 김동욱 중사. /진해기지사령부

경찰은 보이스피싱 조직원 ㄱ(42) 씨를 사기 혐의로 입건하고, 피해자에게 9000만 원을 돌려줬다. 진해경찰서 지능팀 관계자는 "최근 대포통장에 대한 주의가 확산되면서 보이스피싱 조직이 대포통장을 구하기 어려워지니 일반인을 인출책으로 이용하려는 수법이 점점 늘고 있다"며 "김 중사와 같은 전화를 받으면 곧장 경찰에 신고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진해경찰서는 보이스피싱 범죄예방과 피의자를 붙잡은 공로로 김 중사에게 표창과 포상금을 지급했다. 김 중사는 포상금 30만 원을 전사·순직한 해군 장병 유자녀를 위해 '바다사랑 해군 장학재단'에 기부할 계획이다.

김 중사는 "부대에서 보이스피싱 예방 교육을 통해 피해를 본 국민이 엄청난 고통을 겪는 것을 봤다. 군인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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