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들 과장 없이 표현
생생한 묘사 읽는 재미 더해

이동이 수필가의 <소금호수에 서다>(수필과비평사·좋은수필사, 2018년 12월)에서는 도란도란 흐르는 물소리가 났다. 소소한 일들 속에서 일어나는 가만한 생각들이 마치 봄날처럼 경쾌한 리듬을 담고 있다.

특히 묘사가 정말 알차다. 알차다는 건 말뜻 그대로 속이 꽉 차있다는 거다. 예를 들어 멸치 상자를 뜯는 장면을 작가는 이렇게 적었다.

"상자를 열자 은빛이 쏟아진다. 가지런하기가 잔잔한 바다의 물결 같다. 손끝이 닿기만 해도 '톡' 튀어 오를 듯 신선하다. 눈알도 또록또록하고 손상된 것 하나 없이 때깔이 곱다. 한 마리를 통째 먹어본다. 씹을수록 고소하고 담백하다. 겉포장을 찬찬히 살펴보니 그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죽방멸치다. 품새가 어찌나 반듯한지 참으로 이름값 한번 제대로 한다 싶다." ('멸치' 중에서)

또, 시집간 딸이 만든 아동복 점퍼를 두고는 이렇게 썼다.

"동그란 목선에 아기자기하게 달린 레이스는 천진한 아이의 웃음꽃 같다. 촘촘히 주름 잡혀 봉긋 솟은 어깨는 구름빵을 닮았다. 앞가슴에는 전사지를 놓고 다리미로 압착한 뽀로로가 웃고 있고, 반반한 등판에는 앵그리버드가 창공을 날고 있다. 소매를 깜찍하게 핑크색 바이어스로, 중앙에는 가시도트를 나란히 달아 실용성을 더했다." ('바늘 길' 중에서)

작가는 일부러 우아하려 하지 않는다. 짐짓 고상한 척도 하지 않는다. 세속적인 욕망도 그대로 드러내는 솔직함으로 글에는 생동감이 가득하다.

"춥다. 추운 건 딱 질색이다. 환절기 때는 물론이고 기온이 조금 내려간다 싶으면 민감하게 반응하는 몸이 참으로 얄궂다." ('365' 중에서)

"낯설다. 어색하다. 나와 닮긴 했지만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잘 나왔다고 건네는 인물 사진을 봐도 부인하는 판인데, 하물며 이미지를 그린 캐리커처가 마음에 들 리 없다. 딴사람 같다고 투덜댔지만 식구들이 이구동성으로 나와 닮았다고 한다." ('캐리커처' 중에서)

"그를 따라 달린다. 사방을 둘러보며 끓어오르는 용맹을 느낀다. 불쑥불쑥 땅의 생명력이 솟구친다. 말굽 소리가 심장을 두드린다. 소리친다. 웃는다. 웃음소리가 온 산을 깨운다." ('호르당!' 중에서)

어떤 교훈적인 문장이나 사색의 말이 없어도 생동감 그대로의 감동도 있다. 김해 진영 한 찜질방에서 겪은 일을 적은 부분이다.

"고령의 노인 몇 분이 오늘 처음 만나 서로의 주변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었다. 이야기가 한창 무르익을 때쯤 갑자기 한 노인이 흐느끼며 울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들 중 연세가 가장 적은 분이었다. 왜 우느냐고 묻자 살기 좋은 세상에 이대로 늙어 가는 게 서럽고 속상하다고 했다. 그러자 아직 건강하여 살아갈 날이 많은데 왜 슬퍼하냐고, 좋은 날은 얼마든지 누리기 나름이라며 한 분이 자상하게 등을 토닥여 주었다. 그래도 울음이 진정되지 않자 곁에 있던 분이 흥겨운 노래를 불렀다. 차츰 기분이 풀렸는지 덩달아 장단을 맞추며 박수를 치자 분위기가 밝아졌다. ('뒤로 접는 참사랑' 중에서)

한편 이동이 작가는 1991년 〈경남문학〉에서 '꿩 사냥'으로 등단했으며 현재 창원문인협회 이사직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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