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임시정부 청사 모습 '눈물'
주변의 항일투쟁 유적지에 관심을

'만세, 대한독립 만세!' 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의 해이다. 정부와 각 시도, 단체에서는 이를 의미 있게 기념하고자 연중 다양한 행사를 개최한다.

3월 1일부터 4월 11일까지는 전국에서 '독립의 횃불'이라는 릴레이도 펼쳐진다. 2019명의 독립유공자 후손들과 국민 주자들이 함께 횃불을 들고 대한민국을 밝히게 되는 것이다. 아마도 1919년 3월 1일 그날처럼 전국은 만세 함성과 태극기 물결로 가득하지 않을까. 그 어느 해보다 가슴이 뜨거워지는 봄날이 될 것만 같다.

도로 양옆으로 펄럭이는 태극기와 그 옆에 적힌 슬로건이 보였다. '국민이 지킨 역사, 국민이 이끌 나라'. 순간 광복 61주년 그해 여름에 떠난 중국항일유적지 탐방이 떠올랐다. 대한민국임시정부 청사, 윤동주 시인 생가, 백두산 천지, 하얼빈역 등 6000㎞가 넘는 대장정이었다. 책에서만 보던 항일 유적지들을 직접 마주했을 때는 그 어떤 단어로도 다 표현이 되지 않을 만큼 가슴 뭉클했다. 이렇게 역사의 현장이 주는 감동은 오래도록, 아주 오래도록 기억되는 것 같다.

그 중 필자에게 영화의 한 장면처럼 인상 깊은 곳이 있었다. 바로 대한민국임시정부 세 번째 청사, <백범일지> 하권이 집필된 오사야항 청사가 그곳이다.

2006년 8월 방문 당시 청사는 전문가 설명이 없었다면 모르고 지나칠 만큼 금방이라도 쓰러질듯한 모습이었다. 낡은 목조 건물로 위태로운 형태였다. 안으로 들어서자 음습한 공기와 음식 냄새, 먼지가 가득했고 건물 밖에는 표지석이 외롭고 쓸쓸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일본의 거센 압력에 저항하며 이어진 치열한 독립의 여정이 그려져 눈시울이 붉어졌고 눈앞에 스러져 가는 유적지는 함께 갔던 이들을 펑펑 울게 했다. 누구 하나 쉽사리 발을 떼지 못했던 그때는 지금도 내 안에 선명한 장면으로 기억되고 있다.

민족대표 33인의 대표였던 의암 손병희 선생은 "우리가 만세를 부른다고 당장 독립되는 것은 아니오. 그러나 겨레의 가슴에 독립정신을 일깨워 주어야 하기에 이번 기회에 꼭 만세를 불러야 하겠소"라고 했다. 결국 독립을 바라는 많은 사람들의 간절한 염원이 모여 지금의 대한민국이, 그리고 오늘의 100주년이 있음이 분명하다. 한 사람의 시간은 인생이지만 우리 모두의 순간은 역사가 된 것이다.

항일투쟁의 유적지는 저 멀리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손에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고 우리 지역에도 늘 존재하고 있다. 요즘은 국가나 민족에 대한 가치보다 개인의 삶에 무게 중심이 더 쏠려있다 보니 사실 민족이나 역사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가 찾지 않고 기억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훌륭한 역사라 해도 서서히 잊혀 결국 사라지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도 수없이 많은 항일유적지는 후손들의 손길을,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 아직 발굴되지 않은 지역의 독립운동 자산들을 지원하고 재조명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순국선열의 숭고한 희생과 독립정신을 기억하고 이를 되짚어 보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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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은 서서히 일어나는 것이다. 100주년 행사로 관심이 반짝하고 사라지지 않도록 정부와 국민 모두가 항일운동 역사에 대해 관심을 이어가길 바라며 동시에 모두에게 더 없이 값지고 의미 있는 100주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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