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시민대책위 강력투쟁 예고
일감 감소·구조조정 우려 여전
경남도 "지역이익 훼손 없어야"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절차가 본격화되자 경남도는 "도내 협력업체 피해가 없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 노조와 거제를 중심으로 한 '매각반대 시민 대책위'는 "실사단이 옥포에 한 발짝도 들이지 못하게 하겠다"며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지난 8일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매각) 관련 본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기업결합 심사 등의 후속 절차가 진행되는 한편 이를 둘러싼 갈등 양상도 더욱 전면화될 전망이다.

경남도는 일단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이 본계약을 체결하면서 발표한 공동 성명에 기대를 걸고 있다. 경남도는 그동안 △대우조선해양 자율경영체제 유지 △노동자 고용 안정 △협력·부품업체 기존 거래선 유지 등을 요구해왔고,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이 발표한 공동성명에는 이 내용이 반영됐다.

경남도는 지역 경제계에서 우려하고 있는 '기존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의 납품 배제 가능성'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면서, 조선경기 회복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방침이다.

박성호 도지사 권한대행 역시 "시·군과 지역 업계가 다 같이 노력해 우리가 제안한 상생협력 방안이 (공동성명에) 반영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인수가 경남 조선산업의 위상이 더욱 강화될 수 있는 변곡점이 돼야 하고 거래 종결 때까지 경남의 이익이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반대하는 목소리와 그 수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조재영 금속노조 대우조선부지회장은 11일 도청에서 열린 '대우조선해양 매각반대 지역경제살리기 경남대책위' 기자회견에서 "현대에 대우조선이 넘어가면 경남 전체 조선 생태계는 파괴될 수밖에 없다"고 못박았다.

조 부지회장은 그러면서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이 합의한 '상생 공공성명'의 허구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조 부지회장은 "모든 게 조건부다. 가령 시너지 효과를 높인다는 전제하에 자율 경영과 노동자 고용을 보장한다고 하지만, (시너지 명목하에) 대우조선 물량이 울산과 군산으로 배분된다고 한다. 일할 물량이 없어지는데 구조조정이 안 일어날 수 있느냐"고 항변했다.

▲ 대우조선해양 매각반대 지역경제살리기 경남대책위원회가 11일 오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대우조선 매각을 끝까지 막아낼 것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또한 조 부지회장은 "현대중공업은 납품 물량 80% 이상을 자회사에서 생산하는 구조다. 현대 자회사들은 공장을 증축하고 있다. 당장 대우의 엔진업체들부터 줄도산이 일어날 것이다. 공동 성명 발표문은 노동자를 두 번 죽이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류조환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은 "정부와 지자체, 지역 경제계와 노동자들이 함께 모여 토론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만약 후속 절차가 진행되면 실사단 현장방문부터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경남뿐 아니라 울산과 부산 노동계 역시 공동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이미 합의했다고도 덧붙였다.

앞서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도 이날 오전 대우조선 옥포조선소 남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력투쟁을 결의했다.

신상기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장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밀실 야합, 재벌 특혜'에 불과한 졸속 매각을 반드시 막아낼 것이며, 모든 것을 원점으로 되돌리고자 총력 투쟁할 것"이라며 "15일 중식 집회에서 조합원 등 구성원 결의를 재차 다지고, 20일에는 지역민과 함께하는 '대우조선 지키기 총궐기 집회'를 연 뒤 22일 대규모 서울 투쟁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매각반대 시민 대책위'와 대우조선지회는 오는 3월말 께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주주총회가 열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이전에 실사단 현장방문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 기업 결합심사 후에는 주요 수출국이 주도하는 국외 기업 결합심사도 이어진다.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이 기간 도내 조선산업 현장의 어수선함은 이어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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