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특화콘텐츠 가능성 눈에 띄네
진주 기생 산홍 이야기 모티브
다양한 지역 소재 어울려 눈길
일반인 출연진은 '양날의 검'

"신분과 계급의 차별, 일본의 억압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는 조선의기단."

100년 전 독립만세운동에 앞장섰던 의로운 진주 기생의 이야기가 9일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펼쳐졌다. <의기>는 구한말 진주 기생 산홍을 모티브로 했다.

줄거리는 산홍이 매국노 이지용에게 매질을 당하고 죽자 그녀를 따르던 기생 초선과 옥연, 연희가 조선의기단을 만들어 산홍의 뜻을 이어나간다.

지역성·역사성을 담은 소재라 기대가 컸다. 공연을 보기 전부터 잘만 만들면 지역 특화 콘텐츠로서 가능성이 있겠다 생각했다. 독립만세운동의 주인공이 평범한 사람들이었듯 출연진도 기존 배우가 아닌 일반인으로 꾸며 의미가 남달랐다.

하지만 작품 완성도를 따졌을 때 이게 되레 독이 될 수도 있다.

뮤지컬은 철저히 지역 소재를 활용했다. 진주성·남강을 배경으로 한 무대 연출, 진주검무와 오광대 팔선녀춤, 논개 가락지 등이 그러했다.

라이브로 연주된 곡은 전통과 현대를 잘 버무렸다. 장르를 뛰어넘는 음악과 강렬한 사운드는 관객의 귀를 사로잡았다.

하지만 때론 배우의 목소리가 음악에 묻혀 대사 전달이 잘 안 됐다. 또 약간은 경직돼 있는 배우의 몸동작이 눈에 띄었다.

관객 중에는 학생들이 제법 많았다. 공연을 본 학생들은 "기생이 독립만세운동에 참여한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했다.

아이와 함께 공연장을 찾은 하선주(46) 씨는 "의기에 대해 잘 몰랐는데 감동적이었다"며 "집에 가서 의기에 대해 찾아보고 아이들에게 자세하게 설명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친구와 함께 공연을 본 현지훈(23) 씨는 "음악이 라이브로 진행돼 생생함이 느껴졌다"면서 "스토리의 개연성이 부족하고 진주 관련 소재가 무작위로 뒤섞여 있어 아쉬웠지만 지역 콘텐츠로서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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