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부, 거친 항의로 징계 위기
아쉬운 전략 판단에 팬들 걱정

경남FC가 감독 리스크를 관리하지 못하면 기대하는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남 김종부 감독은 지난 9일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서 펼쳐진 인천유나이티드와 하나원큐 K리그1 2019 2라운드 경기가 끝나고 경기장을 떠나는 이동준 주심에게 거친 언행으로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김 감독은 심판실에까지 따라 들어가 운동장에서의 거친 언행에 대해서는 사과했지만 인천 남준재의 첫번째 골의 오프사이드 여부에 대한 비디오 판독을 해주지 않은 것 등에 대해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행위는 K리그에서 엄격히 금지하는 행위다. 실제 지난해 김 감독은 상주상무와 개막전에서 거친 언행으로 제재금 500만 원과 3경기 출장 정지라는 징계를 받은 바 있다. 또 대전시티즌 김호 대표도 심판실에 난입했다가 제재금 2000만 원 징계를 받았다.

연맹은 김 감독에 대해 조사한 후 징계 여부를 결정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감독 리스크는 선수단 운영에서도 나타났다.

이날 펼쳐진 인천전은 인천 안데르손 감독의 전략이 그대로 맞아떨어진 경기였다. 역으로 김종부 감독의 전략적 판단 미스였다.

김 감독은 꾸준히 4-4-2 전술을 들고 나왔지만 선수들의 움직임은 둔탁했다. 최전방에 김효기-룩 카스타이흐노스를 세웠고, 중원에는 네게바-쿠니모토-김준범-배기종, 수비라인에 이광진-송주훈-우주성-박광일을 배치했다. 벤치에는 골키퍼 손정현을 비롯해 곽태휘, 김종진, 이영재, 조던 머치, 박기동, 김승준을 준비했다.

나름대로 수비라인을 잡아주던 이광선이 무릎 연골 부상으로 빠진 것을 제외하면 K리그 성남FC 상대 개막전과 중국 산둥 루넝 상대 ACL 개막전에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라인업이었다.

경남이 내세울 수 있는 최상의 선수단을 그대로 내보냈지만, 전반에 2골을 먹고 나니 후반에 교체 선수를 투입하고도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상황이 왔다.

1일 성남전, 5일 산둥전, 9일 인천전. 4일 간격으로 주전이 풀가동됐다. 더구나 사흘 뒤인 12일 ACL 조별리그 조호르 다룰 탁짐(말레이시아) 원정전, 닷새 뒤인 17일 K리그 포항스틸러스와 원정전이 예정돼 있는 상황이었다. 김 감독이 늘 강조하는 정신력, 멘털로 극복하기에는 힘겨운 체력적 부담이 걱정됐다. 그래서 인천전은 경기를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1.5군 또는 2군 정도의 대폭적인 선수 교체를 예상하는 팬도 많았다.

▲ 지난 9일 인천에서 열린 K리그1 인천유나이티드와 경남FC 경기에서 경남 김종부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하지만 김 감독은 이런 예상을 뒤엎고 가동할 수 있는 최상의 조합을 들고 나왔다. 룩이 K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90분 풀 타임을 소화했고, 루넝전에서 90분을 뛴 머치와 함께 올 시즌 영입 두 외국인 선수가 한 경기에서 선발로 나와 끝까지 뛰면서 리그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인 건 성과였다.

딱 거기까지였다. 전반 박광일이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체력적 부담을 느끼는 배기종을 도우며 왼쪽에서 계속 기회를 만들었지만 룩은 자신의 장점인 공간 창출과 침투를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심지어 멍하니 서 있는 모습은 관중의 분통을 터뜨리게 할 정도였다.

룩의 창의적인 플레이가 멈추니 김효기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게다가 네게바와 쿠니모토도 지난해 최악의 컨디션 때와 비견할 정도로 움직임이 둔탁했다. 쿠니모토가 패스미스를 한다는 건 팬들의 기억에서 지워진지 오래였지만 이날 결정적인 패스미스가 나오기도 했다.

후반전 시작하자마자 김승준과 머치가 투입돼 분위기 반전을 꾀할 수 있었다. 지난해 인천을 상대로 0-2로 지고 있다가 3-2로 역전승한 기억이 있기에 전반 0-2 리드를 내준 것도 견딜만 했다.

머치와 김승준이 투입되면서 분위기는 경남 쪽으로 왔다. 하지만 그 효과는 6분까지였다. 머치와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인천 남준재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남준재는 구급차에 실려 경기장을 떠났다. 교체 투입된 김보섭을 비롯해 인천 선수단의 투지는 불타올랐고, 경남의 기세는 한풀 꺾였다. 머치가 공을 소유할 때마다 인천 서포터스를 비롯한 관중은 계속 야유를 보냈고 머치는 심리적 부담을 이겨내야 했다.

후반 28분 교체투입된 박기동이 33분 경남에서의 데뷔골을 만들어내며 추격에 나섰지만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경기가 끝나고 중원에서 왕성한 활동으로 경기 흐름을 가져가는 쿠니모토가 근육부상을 당했다. 이 때문에 쿠니모토는 ACL 조호르 원정전에 나가지 못하고 국내에서 진료를 받을 예정이다. 공식 3경기만에 주전 2명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것도 감독의 무리한 선수단 운영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선수 운영과 작전은 감독의 전권이라고는 하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경기가 끝나고 공식 인터뷰에서 김종부 감독은 "인천이 준비를 잘 했고, 초반 실점한 게 패인이라고 본다"며 "시도민 구단으로서 ACL에 출전하는 만큼 비중을 두고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로테이션을 가동하지 않은 데 대해서는 "전체 선수를 다 바꿀 수는 없고, 중심 선수만 고려했다"며 "ACL은 잘 치르도록 준비를 잘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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