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 판매 줄자 지원 나선 독자들
편집권 독립·언론 공익성에 공감해

1990년대 40만 부→2000년대 30만 부→2010년대 20만 부→2017년 14만 부. 딴 나라 신문 이야기인데요. 여기도 신문 부수가 갈수록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이 신문사 본사 편집국 내 '우리의 독자'라는 인포그래픽에는 이런 내용이 붙어 있답니다. '전 세계 독자 3800만 명, 구독자 평균연령 41세, 뉴스신뢰도 82%…', '후원회원 80여만 명, 연간 인터넷홈피 페이지뷰 110억 회, 페이스북 구독자 수 779만 명, 유튜브 구독자 수 41만 명…'.

기가 막힌 반전입니다. 1990년대까지 40만 부가 넘던 신문 부수가 최근 14만 부까지 떨어졌지만, 전 세계 인터넷 독자 수가 3800만 명이 넘었다는 거죠.

영국 일간지 <가디언> 이야기입니다. 지면 독자의 감소를 전 세계 인터넷 독자 몇백 배 확보로 반전시킨 주역은 이 신문사의 사주도, 편집국장도, 구성원들도 아닌 독자들이었다는군요. "돈이 있든 없든 누구나 뉴스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 신문사 특유의 '공익성'이라는 가치에 공감한 독자들이 80만 명이 넘는 자발적 후원이라는 형태로 보답했습니다. 창간 이후 이 신문이 경영주와 광고주로부터 편집권을 지켜내는 '독립성'을 굳건히 견지했고, 이를 영국의 독자들이, 나아가 전 세계 독자들이 공감하고 후원하고 있습니다.

한편에선 상황을 역전시킨 견인차가 있었습니다. 1995년 42세의 나이로 편집국장이 된 '앨런 러스브리저'였는데요. 그는 10년간 국장으로 있으면서 세 가지 혁신을 이끌었답니다.

그 첫째가 탐사보도의 정착입니다. 다른 언론과 차별화하는 핵심을 탐사보도, 즉 심층기획보도로 삼았다는 것인데요. 구조조정 위기에 몰린 다른 언론사가 탐사보도팀을 모두 없애도 데이터전문가, IT·그래픽 전문가로 구성된 탐사보도팀을 유지시켰습니다. 결국, 2010년 위키리크스,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 등의 특종을 터뜨리며 전 세계 독자와 후원자를 모았습니다.

두 번째는 인터넷기사 무료 제공 원칙에 기반을 둔 디지털퍼스트전략이었습니다. 이 신문사 편집국 인포그래픽이 보여준 인터넷 독자 현황이 그 증거입니다. 결과적으로 이곳은 전 세계 디지털저널리즘의 1순위로 꼽힙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판형의 변화입니다. <경남도민일보>처럼 독자들께서 흔히 접하는 가로 391㎜, 세로 545㎜ 크기의 대판형을 3분의 2 크기의 베를리너판형으로 바꾸면서 그는 지면디자인의 변화와 함께 문화면을 대폭 늘리는 전략으로 젊은 독자층을 끌어들였습니다. 지난해 이 신문은 판형을 가장 작은 타블로이드형으로 바꿨습니다. 지면독자 감소에 따라 제작비를 절감하기 위한 결단이었다는군요. 기자와 종사자 수도 200명 이상 줄였습니다.

캐서린 바이너 편집국장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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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권 독립의 영속성을 위해서 취한 조치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은 탐사보도와 언론독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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