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불편에 폭언 쏟아내는 사람
타인 배려, 자기 인격 높이는 일

일주일 전 외할아버지 생신을 맞아 온 가족이 모였다. 할아버지가 좋아하시는 회를 잔뜩 먹은 우리는 오랜만에 할아버지께 돝섬 구경을 시켜드리기 위해 돝섬으로 가는 선착장으로 갔다. 다 함께 하하호호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나는 임신 초기의 임산부이자 유산 우려로 절대안정을 하는 와중이었기에 삼촌의 차 뒷좌석에 앉아 쉬기로 했다.

나 때문에 다른 이가 즐기지 못한다는 생각에 한 명도 남김없이 전부 섬으로 들여보내고 혼자서 뒷좌석 창문을 내려놓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떤 아저씨의 욕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 사람은 삼촌의 차 바로 옆에 차를 주차해 둔 사람이었는데 가만히 들어보니 자신의 차 옆에 너무 가까이 삼촌의 차를 주차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자신이 타기 불편하다는 이유였지만 그 사람은 아무 문제없이 좌석에 앉았다. 그래서 나는 문제없이 착석했기에 그냥 출발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이었다.

창문이 열려 있고 그 안에 내가 탑승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자 나에게 욕설과 어마어마한 폭격을 시작했다. 나는 아이를 위해 흥분하지 않고 주차선이 없는 주차장이기에 관리자가 요청하는 대로 주차할 수밖에 없었으며 많은 차를 대기 위해 바짝 붙여서 대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미안하다고 말을 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내 말은 무시하며 비매너니 상식이 없다느니 욕설과 함께 눈을 부라리며 무섭게 몰아붙였다. 그래서 나는 내가 임산부이니 그만하시고 출발하셔 달라고 죄송하다고 말하였지만, 그 사람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저 자신이 조금이라도 불편하였으니 이 정도 욕은 들으라는 듯 쏘아붙였다. 그러던 와중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바로 그 사람의 뒷좌석에는 초등학교 저학년쯤으로 보이는 아이 2명이 타고 있었고 바로 옆좌석에는 아내로 보이는 사람이 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요즘에는 자신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이유만으로 신체적 폭행과 언어적 폭행이 수많은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임산부도 자신의 아이들도 사회적 약자도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그 사실이 어떠한 것보다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이러한 세태를 보며 나는 우울해졌다. 사람을 사랑하고 모두가 한민족이라는 인식이 점점 사라져 가는 것 같아서,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서 말이다. 예전엔 이 같은 뉴스를 접할 때마다 나는 나와는 관계없는 머나먼 일, 즉 간혹 일어나는 특이한 일이라고, 나에게는 없을 일이라고 자부했건만 이번 일을 겪으며 이제는 그 어디에서도 일어나는 흔한 일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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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서, 관광지에서, 아파트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세태가 되었다는 것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할 때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이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라는 것을 먼저 인지하여야 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것은 자신의 인격을 높이는 일이라는 것을 마음에 새겨야 하며 자신의 인격은 자신이 만드는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나 자신 역시 돌아봤다. 나만을 생각하며 다른 이에게 상처를 준 적은 없는지, 나의 인격을 낮춘 적은 없는지 말이다. 독자들도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나는 바란다. 이와 같은 일들은 우리의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지 않는 특별한 상황이기를. 우리는 우리의 인격을 만들어 가야 하며 낮추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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