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으리라, 그날

시퍼런 하늘아래

눈뜨고 지옥을 보았을 때

피울음 찢긴 젖가슴으로

젖내기를 보냈다.

나와 함께 숨 쉬던

그 모든 것들을

검푸른 파도 속에 빼앗겨 버렸다.

바다는 무슨 일로

해심을 더 깊이 감추고

시퍼런 칼날을 들이대었을까?

살아남은 자의 통곡이 허공의 새가 되었는지

짙은 회색 구름 속에 굉음이 비치던

8년 전 그날

하늘마저 버린

천형의 후손으로

그날의 모든 것들은 멈춰버렸다.

지금 이곳은 금단의 땅

원전의 오염수,

네놈을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이라 이름하랴!

잊지 않으마, 그날

통한의 세상이여!

김민영.jpg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과 거대한 쓰나미로 후쿠시마 제1 원전 방사능이 유출되고 2만여 명의 희생자와 피난민 17만여 명이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로 후쿠시마 원전 폐로까지는 40년 가까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며, 아직도 일본에서는 현장이 복구되지 못한 채 현지인들은 불안과 공포 속에 있다고 합니다. 이런 원전사고의 참상을 시로 써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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