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분성여고 인권 토론회
"페미니즘 교육 과정 필요"

3·8 여성의 날을 맞아 김해 분성여고 학생 40여 명이 모여 학교에서 겪은 성차별 문제를 토론했다. 분성여고 학생회는 지난 8일 시청각실에서 폐미니즘을 주제로 '제1회 분솔 인권의 밤'을 열었다.

발제자로 나선 2학년 하지현 학생은 "1학년 때 남자 선생님이 '남존여비가 진리', '어디 여자 애들 목소리가 교실 밖을 나가?'라는 말을 했다. 이 말이 문제라고 생각해 저와 친구들은 그 선생님께 발언이 불편했다고 조심해달라고 장문의 편지를 보냈다. 선생님은 곧바로 사과했다. 그런데, 2학년 교실에서 또다시 '이름이 여성스럽네', '여학생이라 올림픽 같은 거 관심 없지?' 등 성차별적인 발언을 들었다. 몇 통의 편지를 더 적어야 할까요?"라며 깊이 박힌 학교 속 성차별 인식을 지적했다.

성차별 문제를 고쳐달라고 행동하면 상대방이 '유난히 예민하다'고 반응하는 현실도 꼬집었다. 하 학생은 "작년에 '너희는 유난스럽게 예민하다. 선생님이 학교에 기분 좋게 올 수 없다'는 말도 들었다. 우리도 예민해지고 싶지 않다. 다만 성차별적 발언과 성추행 발언을 들으며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되묻고 싶다. 우리는 언제쯤이면 예민해지지 않아도 될까요? 우리는 언제쯤이면 선생님과 함께 기분 좋게 학교에 올 수 있을까요?"라고 말했다.

학교 교육에서 페미니즘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2학년 김은교 학생은 "중학교 3학년 때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평등 교육을 했다. 강사분이 나무 사진을 보여주면서 '남자를 나무라고 비유한다면, 여자는 무엇일까요?'라고 물었다. 여기에 여학생들이 '꽃', '과일', '땅' 등 나무에게 이로운 존재나 나무 부속품인 존재로 답을 해서 정말 놀랐다. 그런 사고방식은 여성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하는 교육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학년 강채원 학생도 "'윤리와 사상' 시간에 장자에 대해서 배웠다. 장자는 이 세상이 혼란스러운 이유가 '나누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냥 본래의 것 그대로 놔두면 되는데, 사람들은 인위적으로 무언가를 나누어 혼란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 말에 깊이 공감했다. 여성과 남성으로 기준을 나누지 않고, 모두 평등하게 대하면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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