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의 미래 3.13 전국동시조합장 선거 D-2
출마자정보 알기 어렵고 공약 알릴 기회 부족
정책선거 위해서라도 토론·연설회 보장 절실

"조합원 찾아서 밭으로 하우스로 다닌다. 그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후보자)

"투표는 할 건데, 누가 출마했는지는 아직 잘 모른다."(조합원)

'제2회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깜깜이·묻지마 선거' 분위기는 여전하다. 후보자들은 투표권 있는 조합원을 찾아 막연히 다니는 식이고, 반대로 조합원들은 후보자들에 대한 기본 정보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분위기다.

선거 기간 마지막 주말이던 지난 9일. 함안군 군북면 중심가는 오일장으로 오전 반짝 분주하다, 점심 이후 썰렁한 분위기로 접어들었다. 조합장 후보들은 그 속에서 단연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군북농협 선거는 현 조합장인 조혁래 후보, 도전자인 이수찬 후보 간 1대1 대결이다.

조혁래 후보는 장터 길 건너 길목에 서서 지나는 사람·차량에 인사를 건넸다. 조 후보는 지난 선거 때 무투표 당선됐다. 그래서인지 그 역시 선거운동을 낯설어하며 "보시다시피 사람이 별로 없다. 이제 마을회관을 돌아야 하는데, 자주 가니까 또 안 좋아들 하시더라. 주무시는 데 방해되니 그럴 만도 할 것"이라며 답답함을 나타냈다.

그래도 조 후보는 "또 다른 곳으로 가봐야겠다"며 자신의 경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났다.

이수찬 후보는 장터를 돌며 오가는 이들에게 명함을 건넸다. 주민들은 대체로 "고생 많다"며 밝은 미소로 받아줬다. 하지만 "저는 조합원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미안해하는 이도 제법 됐다.

이 후보 역시 선거운동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 후보는 "장날이라 이렇게 인사 좀 하고, 이후에는 오토바이 타고 돌아다녀야 한다. 요즘 날이 좋아 다들 일하러 나갔다. 조합원을 찾기부터가 쉽지 않다"고 했다.

▲ 함안 한 주민이 군북농협 본점에 붙어 있는 조합장 선거 벽보 앞을 지나다 잠시 시선을 두고 있다. /남석형 기자

인근 한 마을회관을 찾았다. 일흔을 넘어 보이는 할머니 5명이 점심 후 화투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한 할머니는 "여기서 조합원인 사람이 누구고? 우리 세 명은 아니고, 여기 두 명인가 보네"라고 했다.

그러자 조합원인 한 할머니는 "선거가 내일인가? 언제라고? 13일? 그래도 후보가 두 명 나온 것 정도는 알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할머니는 "당연히 투표는 해야지. 뭐 보고 찍느냐고? 그건 모르겠다. 우리는 공보물 그런 거 자세히 안 본다"고 했다.

마을회관 앞에 혼자 앉아있던 할머니는 "나는 할배 돌아가시면서 승계받아 조합원이 됐다. 여기 후보자 이름이 뭐라고? 자식이 다섯이라, 애들한테 물어봐서 찍으라는 사람 찍어야지"라고 했다.

또 다른 마을회관을 찾았다. 군북농협 조합원이라는 한 할아버지는 후보자들 정보를 제법 많이 아는 듯했다. 하지만 또 다른 할아버지가 "그건 농협이 아니라 축협 후보"라고 했다. 실제 헷갈릴 만도 했다. 군북면사무소 인근에 자리한 '군북농협 본점' '함안축협 군북지점'에는 각각 '군북농협 조합장' '함안축협 조합장' 선거벽보가 붙어있다. 그런데 두 선거구 모두 후보자가 2명이며, 선거벽보에는 어느 선거구인지가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다.

이처럼 경남 도내 군 지역 같은 경우 비슷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특히 창녕지역 한 후보자는 "사실 공약·정책 보고 찍는 이들은 20∼30% 수준일 것이다. 그 외에는 그냥 알음알음 옆 사람 이야기 듣고 찍는 식"이라고 했다.

또 다른 후보는 "'사무실 개소식을 왜 안 하느냐' '아내랑 왜 같이 선거운동을 안 하느냐'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할매·할배들이 선거법을 전혀 모른다. 그러니 (금품·향응에 대한) 기대감을 아직도 안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도시지역이라고 해서 크게 달라 보이지도 않는다. 마산수협은 도내에서 가장 많은 7명이 출마했다. 마산수협은 진해구와 마산합포구 진동면을 제외한 창원시 전역에 조합원을 두고 있다. 물리적 범위가 매우 넓은 것이다. 한 후보자는 "정책·공약을 그나마 알리려면 조합원이 다 같이 모인 자리에서 토론·연설 정도는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현 분위기에 대해 김순재 전 동읍농협 조합장은 "우리나라 1948년 당시 선거를 지금 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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