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장유 '숲으로 된 성벽'
문학 중심…에세이도 진열
초청강연·독서모임도 열어

책방지기 장덕권(53) 씨는 봄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1일 김해 율하 카페거리에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는 동네책방 '숲으로 된 성벽'. 겨울이라 주변 풍경이 좀 쓸쓸하긴 해도 간간이 손님이 들어온다. '여기 책방이 있네?' 하는 표정들이다. 바로 앞 율하천에 매화가 한창 피어오르고 있다.

"봄이 되면 주변이 푸르게 변하고, 카페거리를 찾는 이들이 늘어나면 손님들이 더 올 것 같아요."

그렇다고 조바심을 내거나 걱정을 하는 건 아니다. 먹고살려고 문을 연 책방은 아니니까. 손님이 오면 책을 팔아서 좋고, 손님이 안 오면 책을 읽을 수 있어 좋다.

"살기 위해서 하는 것 같으면 못하죠. 수익이 생기면 그것으로 다시 책사고 하는 정도면 만족해요. 상품이 책이라서 유통기한이 없으니까 다행히 재고 걱정 안 해도 되고요. 하하."

▲ 김해 율하 카페거리에 생긴 동네책방 '숲으로 된 성벽' 내부. /이서후 기자
책방이 들어선 자리가 참 좋다. 카페거리 끄트머리라 번잡하지 않다. 주변에 좋은 카페가 많이 있어 오며 가며 한 번씩은 들러볼 만한 위치다. 요즘에는 소셜미디어 덕분에 아무리 구석에 있어도 사람들이 찾아오기도 한다. 인스타그램만 보더라도 이미 '#숲으로된성벽'으로 해시태그를 붙인 게시물이 제법 많다.

장 씨 부부는 어쩌다 여기에 책방을 내게 됐을까.

"일단은 경치가 좋고요, 하하. 아내가 책을 좋아해서 서점을 열고 싶어 했어요. 직장을 그만두면 같이 서점을 하자고 약속을 했는데 제가 먼저 직장을 그만두게 되어서 일단 먼저 서점을 열었어요."

처음에는 카페거리가 좋아서 자주 왔었다. 그러다 아예 지금 책방이 있는 건물로 이사를 했다고 한다.

직장에 다니는 아내는 퇴근 후나 주말에 일을 돕는다. 아니 도와준다기보다는 같이 책을 즐긴다고 해야겠다. '숲으로 된 성벽'이란 독특한 책방 이름도 아내가 지었다고 한다. 기형도의 시 제목이다.

▲ '숲으로 된 성벽'의 야경. /이서후 기자
"연애 시절 제가 집사람 만난 지 두 달 만에 시집을 선물로 받았어요. 그게 기형도의 시집 <입속의 검은 잎>이었죠. 그때 저는 시도 잘 모르고, 사실 책도 잘 안 읽었어요. 그럴 여유도 없는 직장에 다니기도 했고요. 시집은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가 최근에야 제대로 읽어봤어요. 하하."

현재 숲으로 된 성벽에는 문학 책이 제일 많다. 그리고 에세이와 아이들 그림책을 조금 가져다 놓았다. 지금은 기성 출판물만 있지만, 좋은 책을 만나면 독립출판물도 가리지 않을 생각이다. 다만, 수험서나 참고서, 자기계발서 같은 책은 다룰 생각이 없다.

주변이 온통 카페인지라 굳이 음료를 따로 팔지는 않는다. 진짜 책만 있는 책방이다.

생긴 지 만 석 달 정도 됐지만, 첫 달부터 꾸준히 독서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세 번째 모임까지 진행했는데, 10명 정도가 참석하고 있다고 한다. 오는 27일 네 번째 독서모임을 진행할 예정이다.

책방에서는 1년에 두어 번 강연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미 지난달 27일 요즘 유명한 박준 시인을 초청해 강연을 진행했다. 신청자를 30명 정도 예상했다가 40명이 넘어 부랴부랴 근처 장유3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의자를 더 빌려와야 했다. 오는 4월에는 신형철 문학평론가 강연도 준비 중이다. 참고로 독서모임이나 강연 신청은 책방지기 장덕권(010-8026-2747) 씨에게 하면 된다.

▲ 책방 내부의 시집 코너. /이서후 기자
숲으로 된 성벽의 목표는 소박하다.

"저희가 이 주변에서 유일한 동네책방이거든요. 앞으로 장유 책방 하면 숲으로 된 성벽, 이렇게 연결되도록 할 겁니다."

봄이 오려면 아직 조금 이르지만, 숲으로 된 성벽은 이미 따뜻한 기운으로 가득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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