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적이고 불완전한 사람의 판단력
인간이 인간생명을 끊으면 안되는 이유

저를 돌아봅니다. 저의 '이성'은 치졸한 명예욕이나, 몇 마디 칭찬에 늘 목말라하는 '감성'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 너무나 나약합니다. 마치, 이제 드디어 늦은 밤 라면을 먹지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맹약을 하지만, 한밤중에 물을 끓이면서 벽장을 열고 어떤 라면을 먹을지 고민하고 있는…, '의지박약'이 저입니다. 그런데 이런 글을 쓰면서 옆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피식 웃으며 "신부님, 사람이 뭐, 다 그렇지 않습니까?"라고 답해 줍니다. 참 고맙습니다. (대부분) 사람은 불완전합니다. '내가 믿는 것이 진리이고 진실이다'라고 확신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천국에 가면 세 번 놀란다고 합니다. '천국에 올 줄 알았던 사람이 오지 않아서, 천국에 오지 않을 줄 알았던 사람이 와서, 그리고 내가 와서'라고 합니다. 사람의 판단력은 매우 한정적이고 불완전합니다.

지난달 12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가 헌법재판소에 사형제도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습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이 우리 마산교구장이신 배기현 콘스탄틴 주교님이십니다. 주교님께서는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의 이름으로 집행되는 것일지라도 인간의 생명만큼은 함부로 다룰 수 없으며, 인간의 생명을 앗아가는 사형제도를 폐지할 것을 엄숙히 청원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사회에서는 흉악범죄 예방을 위해 사형제도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학계에서는 이미 오랜 연구 결과를 통해 사형제도가 범죄 억제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수차례 발표했다"고 강조하셨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1996년에는 7대2, 2010년에는 5대4의 다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헌법소원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김형태 변호사'는 "2010년 5명이 사형제도를 찬성했지만, 그중 2명이 국회 논의를 촉구했기 때문에 사실상 위헌에 대한 공감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이번에는 6명 이상이 폐지 의견을 내주길 기대한다"고 합니다.

사형제도 폐지 국가는 142개국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1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으면 '실질적 사형제도 폐지 국가'로 분류하는데,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30일, 사형수 23명에게 사형이 집행된 이래 더는 사형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벌써 22년째 사형이 집행되지 않은 '실질적 사형제도 폐지 국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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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도의 존속과 폐지에 대한 의견들은 다양합니다(좁은 지면상 더 많은 다양한 의견들을 다루지 못하여 아쉽습니다). 사형제 존속에도 나름 타당한 이유가 있음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아직 불완전한 인간이 인간의 생명을 끊으면 안 된다는 것은 실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사형을 대체할 형벌이 마련된다면 66.9%가 사형을 폐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 사형제가 폐지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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